CBS 전화인터뷰에서 밝혀...한미 FTA 연내 비준도 어려워
'미국산 쇠고기 시장 개방은 너무 성급했고 한미 FTA에 대한 미국 의회의 비준동의도 올해 안에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봅니다'.
미국의 연방 하원의원을 세차례나 역임한 김창준 前의원이 28일(현지시간) CBS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김 전 의원은 '쇠고기 시장 개방은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차원으로 판단되지만 그래도 가장 적절한 시기에 마지막 카드로 사용했어야 했다'면서 타이밍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미 FTA에 대한 한국 국회의 비준동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쇠고기 시장개방은 한국내 반발기류만 더욱 거세게 만들 것'이라면서 '한미 FTA 연내비준을 위한 걸림돌은 오히려 한국 내부의 갈등'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FTA에 있어 핵심 사안은 쇠고기가 아니라 자동차'라고 말하고 '부시 행정부가 자동차 문제에 대해 재협상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 내부의 한미 FTA에 대한 반대기류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쇠고기 시장 개방'이 한국 내부의 반발기류를 만들어 낸다면 '자동차 협상문제'는 미국 내부의 반발기류를 형성하면서 양국 의회의 비준동의도 현실적으로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고 김창준 전 의원은 밝혔다.
특히 미국내 자동차 공장은 대부분 FTA에 반대하는 민주당 소속의원들의 지역구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한설득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의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시간을 가지고 한미 FTA 비준동의를 추진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부시 행정부가 콜롬비아,파나마 FTA법안과는 별개로 한미 FTA 법안의 9월말 이전 통과를 위해 의회를 설득하겠다고 한다지만 결정은 의회의 몫인 만큼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은 극히 불투명하다고 김 전 의원은 말했다.
*김창준 前 美연방 하원의원 일문일답*
@ 미국산 쇠고기 시장 개방에 대한 한국 내부의 반발이 거세다=쇠고기 시장을 너무 급하게 열었다.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차원으로 판단되지만 타이밍이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쇠고기 협상은 가장 적절한 시기에 마지막 카드로 사용했어야 했다. 물론 한국 정부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을 지 모르지만 나는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 한국 정치권에서는 야당이 청문회를 한다고 하질 않나...
@ 부시 행정부는 쇠고기 협상타결로 한미 FTA 의회비준의 주요 걸림돌이 제거됐다고 말하고 있다=그거야 부시 행정부의 얘기다.한국 정부가 너무 성급한 결정을 내렸다.대안을 마련한 뒤 시장 개방을 해도 늦지 않았다고 본다.사실 한국 국회도 아직 한미 FTA에 대한 비준동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 국회가 먼저 비준동의를 한 뒤 미국 의회로 넘어오는 것인데 전격적으로 쇠고기 협상이 이뤄지면서 한국내부의 반발이 거세지고 결국 한미 FTA에 대한 반대 목소리만 높아지게 만들었다. 쇠고기 협상타결로 미국 입장에서는 걸림돌이 제거됐는지 모르지만 한국 정부로서는 잠잠해졌던 한미 FTA에 대한 반대의 빌미만을 만든 셈이다.
@ 한미 FTA의 의회 비준 전망에 대해=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 안에 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본다.부시 행정부가 9월말 법안통과를 목표로 의회를 설득하겠다고 한다지만 그저 말일 뿐이다.
올해 안에 통과될 사안도 아닌데 한국이 쇠고기 시장을 너무 일찍 연 것 같다.차라리 미국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뒤 시간을 가지고 추진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본다.
@ 미국과 콜롬비아,파나마 FTA 비준동의와의 관련성은=미국과 파나마 FTA는 정치적으로,미국과 콜롬비아 FTA는 노조와 인권문제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즉 경제적인 사안이 아닌 정치적 사안이다.
물론 부시 행정부가 한미 FTA법안을 포함해 세 개 법안을 따로 따로 의회에 제출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한미 FTA 비준동의부터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기는 힘들다.
@ 한미 FTA의 걸림돌이 자동차 문제라는 말도 들린다=그렇다.어쩌면 쇠고기 시장개방보다 자동차에 대한 미국내부의 반발이 거세다.실제로 쇠고기 문제는 원칙적으로 한미 FTA사안에 포함돼 있지 않다.그러나 자동차협상은 한미 FTA에 명시된 부분이다.
부시 행정부가 자동차 문제에 대해 재협상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오히려 미국 내부에서 한미FTA에 대한 반대기류를 만들어 내고 있다.민주당이 FTA에 반대하고 있는데다가 자동차 공장이 대부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에 위치하고 있다.쇠고기 축산농가는 상대적으로 공화당 의원 지역구에 많은 편이다.
@ 한미 FTA에 대한 자동차 업계의 반발은 어느 정도인가=포드회사의 비건(Biegun) 부사장은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한미 FTA에 대한 공식적인 반대입장을 표명했다.미국은 지난 2006년 한해 동안 70만대의 한국산 자동차를 수입했지만 한국은 불과 4천대의 미국산 자동차를 수입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현대와 기아차의 딜러가 미국에는 1,300개가 있는데 반해 포드회사는 한국에 단 하나의 딜러밖에 없다고 비판했다.한국도 일본처럼 미국 의회를 상대로 한 전략(도요타정책)이 필요하다.한미 FTA가 미국에 실질적으로 유리한 점들을 제시하는 정책의 전환이라든가 FTA를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후원회와 로비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노컷뉴스 워싱턴=CBS 박종률 특파원 nowhere@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