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서 '베네수엘라 대리전'…美·EU vs 러시아·中 정면충돌(종합)
송고시간 | 2019-01-27 06:12
폼페이오 "국제사회, 과이도 지지해야"…러시아측 "美, 베네수 쿠데타 기획"
美 '과이도 지지 성명' 추진…러시아 반대 속 채택 어려울 듯
(유엔본부=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가 주말인 2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베네수엘라 사태'로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번 안보리 회의는 미국이 요청한 것으로,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의 내정 문제"라며 반대하는 가운데 '절차투표' 끝에 전체 15개 이사국 중 '정족수'인 9개국이 찬성해 가까스로 개최됐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을 자임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를 촉구했고, 러시아는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지지했다.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이례적으로 중남미 국가들이 일제히 참석해 '릴레이 발언'을 이어가면서 5시간가량 '마라톤 회의'가 이어졌다. 정치 성향에 따라 국가별 입장이 엇갈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안보리에서 "모든 국가가 한쪽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며 "자유의 힘에 찬성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마두로 정권의 대혼란과 함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두로 정권에 대해선 베네수엘라를 "불법적인 마피아 국가"로 전락시켰다고 맹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모든 유엔 회원국들에 대해 마두로 정권과의 금융거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과이도 의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두로 정권이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외교관들에 대해 철수를 요구한 것에 대해선 "미국인들을 보호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 유럽연합(EU) 진영도 '반(反) 마두로' 전선에 적극 가세했다.
이날 프랑스, 독일, 스페인, 영국이 "베네수엘라가 8일 이내 대선 계획을 발표하지 않으면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하겠다"고 시한을 통첩한 것과 맞물려 유엔 무대에서도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러시아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베네수엘라는 국제사회 평화와 안전에 어떤 위협도 가하지 않았고, 안보리 의제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면서 "쿠데타를 기획하는 게 미국의 목적이다. 베네수엘라를 극심한 분쟁의 수렁으로 몰아넣으려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네벤쟈 대사는 미국은 오랫동안 남미 내정에 간섭해왔다면서 "워싱턴은 남미를 자신의 뒷마당으로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측도 "이번 사안은 베네수엘라의 주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안보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러시아에 힘을 보탰다.
당사국 자격으로 안보리에 참석한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은 "안보리 회의는 유치하다. 베네수엘라의 내전을 원하는 것이냐"라며 "베네수엘라를 군사적으로 위협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라고 말했다.
유럽 주요국들의 '8일 시한 통첩'에 대해서도 "누구도 우리에게 선거할지 말지 시한을 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미국은 "베네수엘라 의회를 민주적으로 선출된 유일한 기관으로 인정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한다"는 내용의 안보리 성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가 이 성명을 채택하면, 과이도 국회의장으로서는 국제사회로부터 사실상의 베네수엘라 지도자로 인정받는다는 의미가 된다.
다만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veto)을 가진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하고 있어 채택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안보리 직후 취재진에게 "적당한 시점에 적절한 결의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기업·개인에 대한 제재) 가능성에 대해선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추측하지는 않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jun@yna.co.kr
2019/01/27 06:1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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