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십자연맹 "내달 베네수엘라에 인도주의 원조 배포"
송고시간 | 2019-03-30 03:58
로카 총재 "처음엔 65만명에 전달…정치적 간섭 허용 안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살인적인 물가상승률과 경제난으로 생필·의약품 등이 부족한 베네수엘라에 다음 달께 인도주의 원조 물품이 배포된다.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IFRC)은 29일(현지시간) 카라카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주 안에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에 인도주의 원조를 공평하게 분배하기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AFP·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프란체스코 로카 IFRC 총재는 "약 15일 이내에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원조 배포 과정에 어떠한 정치적 간섭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카 총재는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반입을 거부하는 바람에 2월 중순부터 콜롬비아와 브라질 국경 지역에 쌓여 있는 구호물자를 배급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공명정대, 중립, 독립'이라는 원칙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며 "처음에는 65만 명에게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IFRC의 발표에 앞서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정권 퇴진 운동을 이끄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동영상에서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앞으로 몇 시간 안에 우리는 이 비극을 통제하기 위해 중요한 의료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타렉 엘 아이사미 산업부 장관은 이날 오후 중국이 보낸 의약품의 도착 사실을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유엔은 초인플레이션과 생활필수품 부족 등 경제난 속에서 정국 혼란까지 겹친 베네수엘라의 전체 국민 중 24%에 해당하는 700만명이 인도주의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유엔은 현재 370만명이 '영양실조' 상태인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2010∼2012년의 3배에 해당한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문제는 그간 정치 이슈로 비화해 실질적인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1월 임시 대통령임을 자처하고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는 과이도 국회의장과 대치하는 마두로 대통령은 과이도를 지원하는 미국 측이 보낸 인도주의적 구호품을 최근 거부했다.
지난달 23일 미국 등이 제공한 원조 물품의 반입에 반대하는 베네수엘라 정부에 맞서 야권이 구호 물품 반입에 나서면서 콜롬비아와 브라질 접경지역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 3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달 들어서는 카라카스를 포함한 전국 곳곳에 대규모 정전이 잇따라 식품과 식수난 등이 가중되고 있다.
과이도 의장을 비롯한 야권은 많은 국민이 식품과 의약품, 기초 생필품 부족 등으로 고통받는 만큼 외국의 원조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마두로 정권은 인도주의 위기가 존재하지 않는 데다 미국 등 외세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구호 물품 반입을 막아왔다.
마두로 정권은 특히 미국이 각종 제재로 베네수엘라에 300억 달러(약 33조8천억원)가 넘는 손실을 안겨놓고선 소량의 인도주의 원조를 보내는 것은 이중적이며 '정치적인 싸구려 쇼'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그간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와 중국 등이 보낸 의약품 등 소량의 구호물자만 수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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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0 03:5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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