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주재 EU 대사 "미국의 쿠바 강경 정책에 전례없는 우려"
송고시간 | 2019-04-25 02:18
나바로 대사 "자국 입법 타국에 강요 안돼…합법적 이익 지킬 것"
쿠바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경한 대(對) 쿠바 정책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AP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베르토 나바로 쿠바 주재 유럽연합(EU) 대사는 전날 AP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를 상대로 취한 일련의 정책이 쿠바에 진출한 EU 기업들 사이에 전례 없는 우려를 낳고 있다며 "이는 엄청난 걱정거리"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나바로 대사는 "상업, 관광, 국제 교류를 촉진하려고 쿠바에 재정 자원을 투자하며 20∼30년 전에 여기에 온 사업가들이 있다"면서 "이런 사업가 중 많은 이들이 그간 현재와 유사한 상황을 겪지 않았다고 털어놓곤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들어 쿠바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쿠바 경제에 타격을 주는 여러 조치를 취했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7일 1959년 쿠바 혁명 당시 쿠바 정부에 자산을 몰수당한 미국인이 이 자산을 이용하는 외국 기업과 개인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일부터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쿠바인과 미국인은 쿠바가 혁명 이후 국유화한 호텔, 담배공장, 양조장, 기타 부동산 등을 운영하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게 된다.
프랑스, 캐나다, 영국, 스페인 등 유럽 각국과 캐나다 등 쿠바에 대규모로 투자한 국가들은 자국 기업을 소송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엄중히 대응할 방침이다.
EU도 트럼프 대통령이 쿠바에 투자한 EU 기업에 대해 제재를 가하면 보복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바로 대사는 EU가 법정과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쿠바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나라든 원하는 사안을 입법하고 자국 내에서 적용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특정 국가가 할 수 없는 일은 해당 법률을 다른 국가들에 강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최전선에 서서 쿠바 내의 합법적인 이익을 지킬 것"이라며 "우리 시민과 투자자들을 보호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EU는 쿠바의 최대 교역 상대로 연간 무역 규모가 26억 유로에 달한다. EU는 매년 4억 유로 상당의 물품 등을 쿠바에 수출한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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