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에 실린 평화·화합의 메시지…멕시코 혁명광장 수놓다
멕시코시티서 임정 100주년 등 기념 대규모 야외 아리랑 공연
멕시코 노래와 하나 된 아리랑 가락 7천 관중 매료
내리던 비가 잦아들 때쯤 웅장한 대북 소리와 함께 공연이 시작되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멕시코 전통 타악기 등이 한데 어우러져 서정적인 정선아리랑 가락을 만들어냈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혁명기념탑 광장에 모인 7천여 명의 관객은 낯선 아리랑 가락과 소리꾼의 처연한 목소리에 조금씩 빠져들어 갔다.
17일(현지시간) 저녁 열린 공연 '평화를 위한 심포니'는 시작도 끝도 아리랑이었다.
이제는 글로벌 문화 브랜드가 된 K팝이 아니라 지극히 한국적인 아리랑 여러 곡으로 채워진 무대였지만 지구 반대편 관객들은 멕시코 음악과 어우러져 낯선 듯 익숙한 아리랑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이날 공연은 문화재청과 주멕시코 한국대사관, 주멕시코 한국문화원이 올해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멕시코 정부와 함께 마련한 공연이다.
멕시코는 1905년 처음 이주한 한인들이 일제시대 대한인국민회 지부를 결성하고 독립자금을 송금하는 등 한반도에서 가장 먼 곳에서 독립의 열망이 끓어오르던 곳이다.
공연 장소는 멕시코시티 도심의 혁명기념탑 광장에 마련된 특설 무대로, 외국 정부와 함께 이런 대규모의 야외 아리랑 공연을 여는 것은 처음이다.
멕시코에서 아리랑 알리기 작업을 해온 이민 1.5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신현준 씨가 전체적으로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여기에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 정악 및 대취타 이수자인 피리연주자 가민,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인 리코더 연주자 오라시오 프랑코, 멕시코 소프라노 클라우디아 코타, 전통 아스테카 공연단 녹뉵 등이 함께했다.
'평화를 위한 심포니'라는 제목처럼 공연은 양국 음악가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선율 속에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담았다.
공연에 앞서 무대에 오른 김상일 주멕시코 대사는 멕시코인 8명 등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 총격사건의 피해자를 애도하며 화합을 강조했다.
공연 중에는 위안부 피해자 박옥선 할머니가 부른 아리랑 영상이 등장해 전쟁의 아픔을 전달했다.
그런가 하면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다운증후군 단원들의 흥겨운 춤이 곁들여진 '스탠드 바이 미'(Stand by me) 공연은 관중의 따뜻한 박수를 끌어내기도 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순서였던 진도아리랑과 밀양아리랑이었다.
두 아리랑은 멕시코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인 '요로나'(Llorona), '시엘리토 린도'(Cielito lindo)와 각각 하나가 됐다.
소프라노 클라우디아 코타가 부른 익숙한 요로나에 열광하기 시작한 멕시코 관중은 요로나가 진도아리랑 가락으로 바뀌며 신현준 씨의 열정적인 피아노 연주로 끝나자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프랑코의 리코더와 가민의 피리, 신씨의 피아노 연주 속에 시엘리토 린도와 밀양아리랑이 원래 하나의 노래였던 것처럼 섞인 '시엘리토 린도 코레아노'가 끝났을 땐 기립박수가 나왔다.
두 시간의 공연이 끝나갈 무렵 멕시코 관객에겐 더 이상 아리랑이 낯선 타국의 멜로디가 아니었다.
신씨는 공연을 마친 후 "아리랑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화음이 비슷한 멕시코 노래와 함께 작업했다"며 "멕시코 관객이 아리랑이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한지를 계속 얘기해 주셔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9/08/18 14:1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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