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안보이는 베네수엘라 위기…대화 무산되고 야권은 분열조짐
야권 지도자 과이도 "정부와의 대화 끝났다" 선언
소수 야권 인사들, 과이도 없이 정부와 협상 개시
베네수엘라의 정국 혼란에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와 맞서는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정부와의 대화가 끝났다"고 선언한 가운데 소수 야권 인사들이 과이도 의장 없이 정부와 대화에 나서며 야권 분열 양상까지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일간 울티마스노티시아스 등에 따르면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공보장관은 이날 야권 대표자들과 대화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선거관리위원회 개혁에 맞춰 대화를 진행하며, 정부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 집권 여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이 야당 주도 국회에 복귀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어떤 시도에도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티모테오 삼브라노 의원을 포함한 야당 의원 4명이 정부 관계자와 함께 국영 TV에 나와 협상 개시에 서명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삼브라노 의원은 과이도 의장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은 채 "일부의 야망과 우리 모두의 실수" 탓에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으려 한다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정부와 일부 야권 인사들의 대화 개시는 과이도 의장이 정부와 야권의 대화 중단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다.
과이도 의장은 전날 성명을 내고 "니콜라스 마두로 독재 정권이 기만적인 핑계로 대화를 저버렸다. 40일 넘게 대화 재개를 거부했다"며 노르웨이 중재로 바베이도스에서 진행되던 정부와 야권의 대화가 끝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을 통해 연임에 성공한 마두로 대통령과 이에 반발해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과이도 의장은 과이도 의장의 군사 봉기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직후인 지난 5월부터 노르웨이 정부의 중재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 정부가 미국 내 베네수엘라 정부의 자산을 동결하는 등 경제 제재를 확대하자 마두로 대통령이 이에 반발해 대화를 중단했고 이후 대화 테이블에 복귀하지 않았다.
이날 정부와 일부 야권 인사들의 대화 소식이 전해지자 과이도 의장은 야권과의 대화에 복귀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구실이며, 야권을 분열시키려는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과이도 의장은 또 이런 행동이 베네수엘라의 위기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AP통신은 이번 일이 과이도 의장이 지난 1월 야권 구심점으로 떠오른 이후 반(反)마두로 진영에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분열 양상이라며, 마두로 퇴진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야권 내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과이도 의장은 이달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해 마두로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 등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마두로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9/09/17 08:5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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