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에 비난 봇물…"고립 자초했다"
국제사회 "존중받을 마지막 기회 잃어"…보우소나루 "객관적·강력한 연설"
아마존 원주민·환경단체 "테러당한 날…편협하고 야만적인 연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환경·인권 등 문제에 관해 공격적인 자세를 보인 데 대해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아마존 열대우림을 인류의 자산으로 간주하는 시각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가 하면, 베네수엘라와 쿠바 정부에 대해서는 '사회주의 독재', '사회주의의 잔인성'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거침없는 비난을 쏟아냈다.
이를 두고 브라질 언론은 대선 유세에서나 볼 수 있는 매우 정치적이고 공격적인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자신은 이날 연설을 두고 "매우 객관적이고 강력한 내용이었다"고 자평했으나 국제사회의 반응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브라질 언론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소셜미디어(SNS) 반응을 소개하면서 "각국 외교관과 정부 대표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유엔총회 현장에 있던 외교관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국제사회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잃어버렸다" "이렇게 극단적인 세계관이 있었던가?"라는 등의 글을 SNS에 올렸다.
일부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언행 때문에 브라질이 국제사회에서 갈수록 고립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단 6분의 연설과 지난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의 존재감 상실, 칠레를 비롯한 남미 국가들의 과거 군사독재 옹호,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 본인도 달가워하지 않는 재선 지지 선언 등이 겹치면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 문제에 관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은 아마존 지역 원주민과 환경단체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마존 열대우림을 인류의 자산이라고 부르는 것은 오류"라면서 "아마존은 우리의 숲이며 브라질의 주권이 미치는 신성한 땅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존은 여전히 손길이 닿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고 열대우림과 생태계 파괴 주장을 부인하면서, 프랑스 등이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를 문제 삼는 것을 두고는 "일부 유럽 국가들의 식민주의적 행태이자 주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브라질이 세계에서 생물종의 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국가 중 하나라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브라질 정부는 아마존 열대우림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엄숙한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주민 대표로 나선 소니아 과자자라는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은 브라질과 원주민들에게는 테러를 당한 것과 같은 날"이라면서 "보우소나루는 편협하고 야만적인 연설을 했다"고 말했다.
환경 문제를 둘러싸고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열대우림의 미래를 위해 도움을 주려는 것"이라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아마존 열대우림에 대한 브라질의 주권을 인정하지만, 프랑스도 아마존의 일부"라는 견해도 밝혔다.
아마존 열대우림이 브라질·볼리비아·콜롬비아·에콰도르·가이아나·페루·수리남·베네수엘라 등 남미 8개국과 프랑스령 기아나에 걸쳐 있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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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9/09/25 06:2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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