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 두 대통령' 베네수엘라, 유엔총회에도 '두 대표단'
관리자 | 2019-09-27 | 조회수 : 1154
'한 나라 두 대통령' 베네수엘라, 유엔총회에도 '두 대표단'
마두로 대통령 대표단과 야권 과이도 의장 대표단 각각 활동
사실상 '한 나라 두 대통령'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혼란상은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총회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제74차 유엔총회에 베네수엘라는 두 대표단을 보냈다.
하나는 호르헤 아레아사 외교장관이 이끄는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 측 대표단이고, 또 하나는 훌리오 보르헤스가 이끄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측 대표단이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연임에 성공한 이후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야권 지도자인 과이도 의장은 불법 선거를 통해 당선된 마두로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한 채 마두로 퇴진 운동을 주도했다.
미국을 비롯한 50여 개국이 곧바로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의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하며 지지를 보냈다.
다만 유엔은 아직 마두로 정부를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이도 측 대표단은 유엔총회 참가 자격이 없어 중남미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베네수엘라 대표단이 아닌 아르헨티나, 온두라스, 콜롬비아 대표단 등의 고문이나 전문가 직함을 달고 유엔총회에 참석했다.
이번 총회에 마두로 대통령과 과이도 의장은 모두 불참했지만 이들을 대신해 대표단이 열심히 뛰며 국제사회 입지 확보에 나섰다.
'다행히' 이들의 동선은 크게 겹치지 않는다.
'공식' 활동은 마두로 대표단의 몫이다.
마두로 대표단은 유엔총회 본회의장의 베네수엘라 대표단 자리에 앉아 각국 연설을 듣고 기후행동 정상회의 등 유엔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27일 본회의장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아레아사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 대화하는 사진 등을 올리며 자신이 마두로 정부를 대표해 분주히 일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마두로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것이 아니라는 것도 강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레아사 장관은 타국 대표단 자격으로 참가한 과이도 측 대표단을 가리키며 "그들이 유엔총회에서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어처구니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록 다른 나라 자격을 빌렸지만 이번 유엔총회에서 더 실속을 챙긴 것은 과이도 측 대표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들은 서구 대표단들과의 여러 회의에서 베네수엘라 정부를 대표했고,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을 끌어냈다.
미주상호안보조약(TIAR) 당사국들이 마두로 정부에 대한 제재를 결정할 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반구 대표들과 베네수엘라 위기를 논의할 때도 훌리오 보르헤스가 베네수엘라를 대표해 참석했다.
두 대표단을 모두 상대한 이들도 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아레아사 장관과 보르헤스를 모두 만나 베네수엘라의 인권 상황을 논의했다.
마두로 대통령과 과이도 의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양측을 따로 만났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9/09/27 06:3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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