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오랜 경제 위기에 국민 '3명 중 1명 꼴' 빈곤층
1천580만 명이 빈곤선 아래서 생활…1년 새 340만 명 빈곤층 추락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가 오래 이어지면서 국민 세 명 중 한 명 이상이 빈곤선 아래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일간 라나시온 등에 따르면 전날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기준 빈곤율은 35.4%였다. 도시와 농촌 거주 국민을 모두 합쳐 1천580만 명이 빈곤층인 셈이다.
1년 전 수치에 비하면 8%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으로, 1년 사이에 340만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이 같은 빈곤율은 2007∼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라나시온은 설명했다.
극빈층 비율도 7.7%로 전년도보다 2.8%포인트 늘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14세 이하 아동 중 절반 이상(52.6%)이 빈곤층이라는 점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수치는 지난 8월 아르헨티나 예비선거 이후 더욱 악화한 경제상황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 내년 3월 발표될 하반기 빈곤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당시 예비선거에서 좌파 후보가 예상 밖 큰 승리를 거두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져 페소화 가치와 주가가 급락했다.
물가 상승도 이어져 서민들의 끼니 해결조차 어려워지자 아르헨티나 정부는 식량 비상사태로 보고 저소득층 식량 보조를 확대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는 팜파스 농업의 성장 속에 1895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고,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세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부국이었다.
그러나 여러 대내외적 이유로 20세기 중후반부터 경제가 내리막길을 걸었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과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경제 위기가 오래 이어졌다.
아르헨티나 매체인 암비토는 1974년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이 4%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45년 만에 빈곤층 비율이 8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친(親)시장주의자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4년 전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업고 당선된 이후에도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은 이어졌다.
빈곤율이 발표된 후 마크리 대통령은 "불행히도 이것이 우리가 처한 상황을 반영해주는 것"이라고 시인하며 "고통스럽긴 하지만 더 앞을 내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치러질 대선에서 1위가 유력한 좌파 후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는 "마크리 대통령이 만들어낸 것은 빈곤뿐"이라고 꼬집었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9/10/02 00:3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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