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개표 논란에 '안갯속' 볼리비아 운명…정부 "숨길 것 없다"
개표조작 의혹에 야권 지지자들 총파업 예고…정부는 의혹 일축
대통령 선거 개표를 둘러싼 잡음이 커지면서 볼리비아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선거가 치러진지 이틀이 지나도록 여전히 결과를 알 수 없는 가운데 정부의 개표 조작 의혹에 대한 반발도 확산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주기구(OAS)와 유럽연합(EU)은 볼리비아 선거관리당국의 미심쩍은 개표 과정에 우려를 표시하며 투명성 제고를 요구했다.
볼리비아 최고선거재판소(TSE)는 지난 20일 투표 종료 4시간 만에 개표가 83% 완료된 신속 전자개표 결과를 공개한 후 별다른 설명 없이 더는 개표 현황을 업데이트하지 않았다.
야권 등의 반발 속에 24시간 만에 다시 개표 95% 상황을 공개했는데, 1위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2위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의 격차가 전날 7.1%포인트에서 10.1%포인트로 확 벌어져 논란을 불러왔다.
볼리비아 대선에선 1차 투표에서 50% 이상을 득표하거나, 40% 이상 득표하고 2위에 10%포인트 이상 앞서면 결선 없이 당선이 확정되기 때문에 모랄레스 대통령은 하루 만에 운명이 확 바뀐 셈이 됐다.
TSE의 신속 개표는 또다시 95.63% 개표 이후 멈춰 있고, 신속 개표와 병행되던 공식 수개표는 현재 90%가량 진행됐다. 공식 개표상 두 후보의 격차는 8%포인트에 조금 못 미치고 있다.
여전히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TSE의 미심쩍은 개표 과정에 이미 개표 조작 논란이 불붙었고, 메사 전 대통령은 결과에 불복할 것임을 예고했다.
국제기구는 물론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스페인 정부 등도 우려를 표시했다.
전날 지역 선거관리사무소에 불을 지르며 거세게 항의했던 야권 지지자들은 이날도 거리에서 시위를 벌였다.
메사 전 대통령은 최대도시 산타크루스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그들이 우리에게서 민주주의를 앗아갈 순 없다"고 말했다.
야권은 23일 개표 결과에 항의하는 총파업을 예고했다.
모랄레스 대통령과 정부는 조작 의혹을 일축하고 나섰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국제기구들이 직접 와서 개표 과정을 살펴보라며 "난 숨길 것이 없다. 아무 것도 숨긴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디에고 파리 외교장관도 OAS와 외국 정부 누구든 나머지 개표 과정을 모니터해도 좋다며 "투명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카를로스 로메로 내무장관은 메사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정부는 의혹을 부인하지만 실제로 모랄레스 대통령이 결선 없이 승리하는 것으로 확정된다면 조작 의혹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와 AFP통신은 이날 수도 라파스의 슈퍼마켓과 주유소에 줄이 길게 늘어섰다고 보도했다.
혹시나 시위 사태가 길게 이어지고 정부가 통행 금지령을 발령하는 지경까지 이를까 우려한 시민들이 미리 생필품과 연료를 비축하고 나선 것이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9/10/23 07:5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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