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는 좌파블록…아르헨 정권교체에 중남미 정치지형 변화

멕시코에 이은 아르헨 좌파 집권으로 중남미 좌파 힘 받아
아르헨-브라질 관계 경색될 듯…對마두로 공동전선도 흔들

아르헨티나의 좌파 정권 귀환은 중남미 정치 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에 이어 아르헨티나에도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힘을 잃던 중남미 좌파엔 힘이 실리게 됐고 아르헨티나가 중요한 축을 담당했던 우파 동맹은 흔들리게 됐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승리한 중도좌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는 당선인으로서의 첫 해외 방문지로 멕시코를 택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멕시코도 지난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해 좌파 정권이 들어서 있다.

일찌감치 페르난데스 당선인에 축하를 건넨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이날 당선인과 통화할 예정이며 곧 만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중남미에서는 최근 몇 년 새 정치 무게중심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쏠리는 흐름을 보였는데 국내총생산(GDP) 기준 중남미 2위, 3위 경제 규모의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에 나란히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어느 정도 균형을 찾게 됐다.

퇴조되는 듯했던 중남미 '핑크 타이드'(Pink Tide·온건한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물결)도 아르헨티나 정권 교체와 함께 다시 살아나는 모양새다.

중남미 '좌파 블록' 지도자들은 벌써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일주일 전 역시 대선을 치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트위터에 "대통령과 부통령에 당선된 우리 형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에 축하와 혁명의 포옹을 보낸다"고 인사했다.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부통령 당선인도 모랄레스 대통령에게 당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 정부는 미국, 그리고 중남미 우파 국가인 브라질, 콜롬비아와 함께 볼리비아 개표 조작 의혹에 우려를 표하며, 결선을 촉구하던 입장이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도 페르난데스 당선인에게 축하를 전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중남미 좌파 블록의 굳건한 축을 형성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도 옥중에서 축하 메시지를 잊지 않았고, 페르난데스 당선인도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반대로 마크리 정권에서 가깝게 지냈던 우파 우방과는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무엇보다 극적인 관계변화가 예상되는 것은 극우 정권이 들어선 이웃 브라질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아르헨티나가 최악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악담을 하며 "새 대통령에 축하 인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르난데스 당선인도 룰라 전 대통령 석방 촉구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자극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관계 경색은 이들과 우루과이, 파라과이 4개국이 구축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베네수엘라 위기에 대한 중남미 국가들의 공동 행동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아르헨티나는 그동안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 등과 더불어 마두로 정권 압박에 동참해 왔다.

그러나 새 정부에서는 최소한 멕시코나 우루과이처럼 중립적인 입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전날 밤 지지자들 앞에서 한 연설에서 중남미 지역의 주요 이슈인 베네수엘라 위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9/10/29 03:1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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