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랄레스 퇴임에 연대하는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쿠데타" 규탄
마두로·페르난데스·룰라 등 비난…멕시코는 망명 제안하기도
모랄레스 "경찰, 불법 체포영장 집행" …경찰, 영장 없다며 부인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이 대선 개표 조작 의혹으로 10일(현지시간) 불명예 퇴진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에 대해 일제히 연대를 표하면서 볼리비아 반정부 시위대를 규탄했다.
베네수엘라와 쿠바, 니카라과 등 좌파 정부 국가들은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정의하면서 볼리비아 반정부 시위대를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AFP·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을 끌어내리고 베네수엘라에 우파정권을 세우려 했던 미국이 배후에 있는 음모에 오랜 정치적 동지인 모랄레스 대통령이 희생됐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성명 발표에 앞서 트위터에 "쿠데타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글을 올리며 "아메리카 원주민의 권리를 상징하는 주인공"인 모랄레스 대통령이 생명의 위협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도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임 소식이 알려진 뒤 트위터에 글을 올려 "폭력적이고 비열한 쿠데타가 볼리비아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모랄레스 대통령을 "형제"라고 부르며 "모랄레스 대통령의 생명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세계가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멕시코는 모랄레스 대통령에 망명을 제안하고 나섰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부 장관은 트위터에 "20명의 볼리비아 관리와 의원들이 멕시코에 피난처를 요청했다"면서 "우리는 모랄레스가 원한다면 그에게도 망명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볼리비아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군사작전"으로 부르며 반감을 드러냈으며 "지난 세기 라틴아메리카가 겪은 비극적인 사건과 유사한 쿠데타를 거부한다"고 썼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널리 알려진 우리의 입장은 내일 밝히겠다"면서도 "볼리비아 국민이 폭력에 노출되는 것을 포기한 모랄레스의 책임 있는 자세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오늘 발생한 쿠데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헌법과 법률, 제도 주의를 무시하는 파시스트적 관행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승리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당선인도 트위터를 통해 "군과 경찰, 폭력 시위의 결과로 볼리비아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부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580여일 만에 석방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볼리비아에서 벌어진 '쿠데타' 비난에 가세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볼리비아에서 쿠데타가 일어났으며 그 때문에 내 친구 모랄레스가 강제로 사임 당했다"며 "중남미에 민주주의와 사회적 빈곤층을 포용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경제 엘리트들이 있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반면, 페루와 칠레 등 중남미 우파 정부 국가들은 폭력 자제를 당부하며 평화로운 재선거를 기원했다.
페루 정부는 볼리비아의 평화로운 재건을 기원하며 미주기구(OAS) 도움을 받아 투명한 대통령 선거를 치르길 바란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칠레는 외교부가 발표한 성명에서 볼리비아 선거 과정이 중단된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신속하고 평화로운 해결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볼리비아에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명백한 부정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선거 결과를 무효로 해야 한다는 OAS의 감사 결과 발표 이후 모랄레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시위대의 거센 항의에도 부정행위 의혹을 부인하며 자리를 지켜오던 모랄레스 대통령은 군과 경찰마저 사퇴를 요구하며 돌아서자 이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모랄레스 대통령은 사퇴 발표 후 트위터에 "경찰이 불법체포 영장을 집행하라는 지시를 공개적으로 발표했다"는 글을 올렸으나, 경찰 당국은 영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runr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9/11/11 14:1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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