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언론단체 우려 서한 전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언론의 대결이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계속된 농업 부문 파업이 불씨가 됐다.
18일 브라질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의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클라린(Clarin)이 농업 부문 파업을 포함한 경제위기를 놓고 치열한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클라린은 지난해 12월 10일 페르난데스 대통령 취임 이후 인플레 및 에너지 위기와 최근의 농업 부문 파업 과정에서 시종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클라린은 특히 아르헨티나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인플레율 상승 문제에 대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인플레율을 낮춰 발표하는 등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해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심기를 정면으로 건드렸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지난 3월 11일 취한 농축산물 수출세 인상 조치도 인플레율 상승세를 억제하려는 의도에서 나왔으며, 이것이 농업 부문 파업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그들은 모든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만을 보여주고 있으며,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두려운 시각만을 전달하고 있다"면서 클라린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최근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에서 행한 대중연설에서도 클라린이 TV와 라디오, 케이블TV를 보유한 언론재벌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클라린이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마피아식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언론보도 내용을 감시하는 사실상의 검열기구를 설치해 언론 장악을 시도하려는 의지를 나타내면서 국내외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최근 집권 (페론)정의당 대표로 취임한 남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도 클라린에 대한 공세에 가세하고 있으며,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의지는 정의당 당원들에게 그대로 전달돼 클라린에 대한 비판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수주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정의당 하부조직이자 친(親) 정부 단체인 '라 캄포라(La Campora)'와 '후벤투데 페로니스타 에비타'(Juventude Peronista Evita)가 주도한 가운데 클라린을 비난하는 포스터가 나붙었다. '라 캄포라'에는 대통령 부부의 아들인 마시모도 관련돼 있다.
지난 13일에는 클라린의 에르네스티나 에레라 데 노블레 편집국장과 엑토르 마그네토 경영인에 대한 협박성 이메일이 발송되기도 했으며, 일부 이메일은 살해 위협 내용까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헨티나 정부와 클라린의 대결이 이처럼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언론단체들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미주언론협회는 두 차례에 걸쳐 페르난데스 대통령 앞으로 서한을 보내 "정부가 특정 언론과 언론인을 공격하는 것은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행위"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