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임시정부 "모랄레스가 시위대에 도시 봉쇄 지시" 주장
모랄레스 통화 영상 공개…시위대 사망자 32명으로 늘어
멕시코에 망명 중인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전화로 지지자들에게 도시 봉쇄 시위를 지시했다고 볼리비아 정부가 주장했다.
볼리비아 임시정부의 아르투로 무리요 행정장관은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한 농민단체 대표가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통화하는 영상을 공개했다고 일간 엘데베르 등이 보도했다.
이 영상에는 모랄레스의 모습은 등장하지 않은 채 휴대전화 너머로 한 남성이 "도시에 식품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봉쇄하자. 완전한 포위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정부는 이 목소리가 모랄레스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리요 장관은 이 영상이 사흘 전에 찍힌 것이라며,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한 국제 소송을 준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영상의 진위와 관련해 장관은 "에보 모랄레스의 목소리를 잘 알 것"이라며 "편집하지 않은 영상이다. 원한다면 분석해도 좋다"고 말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대선 부정 의혹 속에 지난 10일 퇴진한 이후 볼리비아에서는 그의 복귀와 자니네 아녜스 임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지지자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농촌 원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모랄레스 지지자들의 도로 봉쇄 시위로 물류에 차질이 생기면서 수도 라파스 등에는 극심한 연료난과 식량난도 발생했다.
전날 군이 시위대의 연료공장 봉쇄를 무력으로 해제하는 과정에서 8명이 숨지는 등 시위대 사망자도 총 32명으로 늘어났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임시 정부가 공개한 영상과 관련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앞서 이날 오전 망명지 멕시코시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볼리비아에서 벌어지는 '대학살'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개입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미주인권위원회와 유엔이 평화와 민주주의, 생명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는 내 원주민 형제들에 대한 학살을 규탄하고 멈춰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14년 가까이 집권한 모랄레스는 자신이 여전히 볼리비아의 대통령이며 곧 볼리비아에 돌아갈 것이라고도 다시 강조했다.
볼리비아 임시 정부는 조속한 대선 시행을 위한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우파 상원의원 출신의 아녜스 임시 대통령은 이날 새 선거 시행을 위한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법안에는 지난달 20일 치러진 대선 결과를 무효화하고 15일 이내에 선거 관리 당국을 새로 구성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새 대선 일자는 명시되지 않았다.
모랄레스가 이끌던 좌파 사회주의운동(MAS)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볼리비아 상·하원은 21일부터 이 법안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9/11/21 08:5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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