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화 원장, 해외식량 기지 필요성 역설
"연해주 농업진출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성공한 사례다. 일본 농림성 당국자도 연해주에 진출한 대순진리회의 '아그로상생' 농장을 보고 21세기 한국의 기적이라고 했다"
"한국이나 대만, 중국 등 아시아지역 곡물수입국은 사실상 일본기업인 미츠이와 미츠비시, 마루베니, 토파 등 일본기업이 운영하는 도매상 손아귀에 놓여있다"
경남도와 경남발전연구원 초청으로 19일 경남도청을 방문한 '해외 식량기지 개척의 선구자' 이병화(63.김해 출신) 국제농업개발원장은 도민홀을 가득 메운 간부 공무원과 도내 기업인, 주요 기관.단체장 등을 상대로 해외 농업 개척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해외식량기지 구축의 허와 실'이란 제목의 이 원장 강연은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미국 방문길에 오르면서 연해주 등 해외식량 기지 확보의 중요성을 언급한데다 김태호 경남지사도 지난해 8월 일찌감치 '연해주 경남 농장' 개발을 검토한 바 있어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한국이 해외농업을 개척해야할 필요성은 주요 국가와의 1인당 국내 및 해외 농지 면적 비교에서부터 제기됐다.
이 원장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농지면적은 100평, 해외 확보 농지면적은 20평 가량인데 비해 일본은 국내의 경우 105평에 불과하나 해외농지는 1인당 1천40평이나 되고 대만은 국내 113평, 해외 200평이었으며 미국은 국내 농지만 1인당 1천770평이었다.
또 이스라엘과 네덜란드, 덴마크, 스위스 등 국토가 작지만 해외농지 확보와 다국적 곡물메이저에 대한 투자, 종자.농약산업 진출 등으로 농업선진국이 된 사례도 의미있게 소개됐다.
특히 이 원장은 "겉으로는 식량 수입국인 척 하지만 실은 수출국인 일본을 벤치마킹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브라질에 자국 영토의 1.7배나 되는 5천300만㏊의 농지와 산림지를 구입해 100년간 73만명의 농업이민자를 정착시켰으며 100주년 행사를 위해 약 4조5천만원 상당을 투입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에 일본 청년들이 진출한지 30여년이 됐다는 점을 이 원장은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어 한국의 해외 농업기지 개척사례와 관련, 박정희 대통령 당시 구입한 중남미지역 농장은 목적 자체가 식량확보가 아닌 인구분산 측면이 강했지만 농림부가 직접 구입한 일부를 제외하면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연해주의 경우 현재 한국인이 제주도 면적의 3배 가량인 51만1천㏊가량을 확보하고 있는데 일본 해외개척단장인 북해도대학 구로다(黑田) 교수는 '농지확보에 단 한푼의 정부자금이 투입되지 않았는데 이 정도 진출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현상'이라고 말했다는 것.
종교단체인 대순진리회가 연해주에서 운영하는 농장인 '아그로상생'의 지난 6년간 총 투자금액이 500억원에 불과하지만 국내 국책은행의 평가액은 9천700억원이 된다고도 말했다.
그는 일부 단체가 연해주에서 철수한 것은 10∼15일에 불과한 벼와 콩 수확기간에 콤바인을 임대하거나 한 대 2억원씩을 주고 농장당 10대씩 갖추기에는 자본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한국이 해외 농업기지 확보에 성공하려면 콩에 483%나 부과하는 높은 관세를 해결하고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것은 물론 농지는 민간이 구입하고 정부는 이를 담보로 융자.보조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새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성사시키고 연해주 개발에 따른 러시아.북한측과 입장 정리도 곧 마무리하면 머지 않아 한국도 해외농업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창원=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b94051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