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사파티스타 "마야열차 건설 막겠다"…정부와 갈등 예고
'무장봉기 26년' EZLN, 대통령 역점 마야열차 "목숨 걸고 저지"
멕시코 원주민 권익 옹호를 표방하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이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마야 열차' 건설을 끝까지 저지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2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 레포르마 등에 따르면 EZLN 지도부인 모이세스 부사령관은 지난달 31일 EZLN 무장봉기 26주년 기념식에서 목숨을 바쳐서라도 자신들의 영토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EZLN은 멕시코 혁명 당시 농민 지도자였던 에밀리아노 사파타의 이념을 계승해 소외당하는 원주민의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는 좌익 반군이다.
지난 1994년 1월 1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에 반발해 남부 치아파스주에서 무장봉기를 일으킨 후 정부와 대치했다.
지금은 사실상 무장투쟁은 중단한 채 시민 저항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취임 때부터 일찌감치 반기를 들어 온 EZLN은 이날 마야 열차 건설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며 정부와의 충돌을 예고했다.
멕시코 정부가 건설을 추진 중인 마야 열차는 카리브해 휴양지 캉쿤과 플라야델카르멘, 마야 유적지 팔렝케 등을 이어 총 1천460㎞를 지나는 철도다. EZLN의 근거지인 치아파스를 포함해 5개 주를 지난다.
이 지역 관광과 경제 개발을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총 62억 달러(약 7조2천억원)가 투입되는 현 정부 역점 사업 중 하나다.
그러나 일부 원주민과 환경단체 등은 환경과 유적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열차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멕시코 정부는 열차가 지나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92.3%가 건설에 찬성했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유엔은 투표 문항이 열차 건설의 장점을 강조하며 찬성을 유도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모이세스 부사령관도 이 주민투표를 언급하며 "이 대형 프로젝트가 주민들과 환경에 가져올 온갖 재난은 하나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는 '당신들이 살든지 죽든지 우리는 강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EZLN은 얻어맞고 납치되고 살해될 것을 각오하고라도 마야 열차에 반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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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0/01/03 03:2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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