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랄레스 "돌아가면 민병대 만들겠다"…볼리비아 군 반발
'아르헨 망명' 모랄레스, 베네수엘라 예로 들며 민병대 조직 의사
아르헨티나에 망명 중인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본국에 돌아가면 민병대를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볼리비아 임시 정부와 군은 강하게 반발했다.
13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언론 등에 따르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전날 볼리비아 지역 라디오가 공개한 녹음 파일에서 "내가 돌아가거나, 혹은 다른 사람이라도 돌아가면 베네수엘라처럼 민병대를 조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집권 당시를 떠올리며 "우리는 너무 믿었다. 큰 실수였다"며 "'플랜 B'가 없었다"고 자책했다.
지난 2006년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취임한 좌파 지도자 모랄레스는 4선 연임에 도전한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조작 의혹이 일며 퇴진 압력이 거세지자 지난 11월 물러났다.
이후 멕시코를 거쳐 아르헨티나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이 녹음에서 모랄레스가 민병대 모델로 제시한 베네수엘라의 경우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집권 시절 사회주의 혁명을 방어하고 군부를 돕는 민간인을 훈련하기 위해 민병대를 창설한 바 있다.
'콜렉티보'로 불리는 베네수엘라 친(親)정부 무장 민병대는 국제인권단체 등으로부터 법망을 피해 정부의 야권 탄압 등에 동원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발언이 담긴 녹음이 공개된 후 모랄레스는 자신의 목소리가 맞는다면서도 문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볼리비아에서 무장한 군인이 국민을 쏘고 살해하면 국민은 스스로 힘을 조직해 지킬 권리가 있다"며 "무기를 얘기하는 건 아니다. 새총 같은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단체가 민병대로 불리기도 하지만 지역사회 경비대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볼리비아 임시 정부와 군은 모랄레스의 민병대 조직 발언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자니네 아녜스 볼리비아 임시 대통령은 "평화나 화해, 민주주의는 그(모랄레스)에게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볼리비아 법무부는 모랄레스의 발언에 대해 법적으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루이스 페르난도 로페스 볼리비아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볼리비아 국민은 상처 받았고 우리 군은 분노하고 있다"며 "군은 선동의 논리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0/01/14 07:2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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