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에 등 돌리는 중남미 이웃들…마두로 외교고립 심화
엘살바도르·볼리비아 이어 과테말라 새 정부도 단교 선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와 외교 관계를 끊는 중남미 국가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중남미 내에서 마두로 정권의 고립이 깊어지고 있다.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과테말라 대통령은 취임 이틀 후인 지난 1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와의 단교를 선언했다.
당선인 시절부터 마두로 정권과의 단교를 예고했던 우파 성향의 잠마테이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있는 과테말라 대사관을 폐쇄하기로 하고 자국 외교관에게 귀환을 명령했다.
역시 보수 정부였던 전임 지미 모랄레스 대통령 시절부터 과테말라와 베네수엘라는 그리 우호적인 관계는 아니었다. 과테말라는 2018년 5월 '내정 간섭'을 이유로 자국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에 출국을 요청한 바 있다.
그 이후에도 카라카스에는 과테말라 외교관 1명이 남아 양국 외교 관계를 이어갔는데 이번에 완전히 관계가 단절된 것이다.
잠마테이 대통령은 마두로 대신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 수반으로 인정하고 있다.
과테말라에 앞서 볼리비아도 마두로 정권에 등을 돌렸다.
좌파 지도자인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 시절 양국은 매우 가까운 사이였으나 모랄레스가 선거 부정 의혹 속에 지난해 11월 물러나고 우파 임시정부가 들어선 후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자니네 아녜스 볼리비아 임시 대통령은 취임 후 자국 내 혼란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볼리비아 주재 베네수엘라 외교관을 추방했다.
볼리비아는 베네수엘라 위기 해결을 위한 미주 협의체 '리마그룹'에도 가입해 마두로 압박 전선에 동참했다.
볼리비아 직전엔 엘살바도르가 베네수엘라 외교관을 추방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중도 우파 성향의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11월 초 마두로 정부를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마두로가 임명한 외교관의 추방을 명령했고, 베네수엘라도 곧바로 맞추방에 나섰다.
최근 2개월여 동안 중남미 3개국이 베네수엘라와의 외교 관계를 끊은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이 불법 선거라는 야권의 반발 속에서도 지난해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부터 중남미 이웃들과의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마두로 취임 직후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 파라과이 정부가 곧바로 카라카스 자국 대사관을 폐쇄하고 외교관을 불러들였다.
국경을 맞댄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도 얼마 안 가 외교관계가 단절됐다.
페루, 칠레 등 단교까지 가지는 않은 여러 이웃 국가들도 과이도 의장이 임명한 외교관들에게 신임장을 받았다.
중립 입장을 견지했던 우루과이의 경우 오는 3월 중도우파 루이스 라카예 포우 대통령이 취임하면 베네수엘라와의 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두로 정권이 여전히 러시아와 중국의 지지를 받고 있긴 하지만 중남미에서만큼은 쿠바나 니카라과, 중립적인 입장인 멕시코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것이다.
스페인 EFE통신은 베네수엘라의 외교 상황을 "다리가 붕괴했다"고 표현하면서 "마두로 정권은 우군을 찾고 있지만 베네수엘라와 가까이 지내려 하지 않는 나라들의 명단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0/01/18 02:3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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