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총선서 후지모리 정당 참패…부패 스캔들에 발목
의석수 73석→10석대로 축소 예상…추락한 후지모리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의 딸 게이코 후지모리가 이끄는 우파 민중권력당이 페루 총선에서 참패했다.
27일(현지시간) 페루 일간 엘코메르시오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총선으로 민중권력당의 의석수는 6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메리카TV와 입소스가 개표 초반 결과를 바탕으로 추정한 개표 예상치에서 민중권력당의 득표율은 7%에 그쳤다. 2016년 총선 득표율 36.3%에서 급감한 수치다.
지난 국회에서 민중권력당은 전체 130석 중 73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이었지만, 현재 예상 의석수는 12석에 불과하다. 전체 정당 중 5∼6번째 규모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9월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한 지 4개월 만에 치러졌다.
당시 비스카라 대통령은 반(反)부패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중권력당 다수의 의회와 사사건건 충돌하다가 전격적으로 의회 해산을 선언했다.
원래 다음 총선은 대통령 선거와 함께 2021년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의회 해산으로 의회 선거만 15개월 먼저 실시됐다.
민중권력당의 참패를 불러온 것은 부패 정당이라는 이미지다.
민중권력당은 1990년부터 10년간 페루를 이끈 일본계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당이다.
후지모리는 페루를 경제적·사회적으로 안정시키며 연임에 성공했으나 그 과정에서 인권 유린과 부패를 일삼아 탄핵 위기에 몰리자 2000년 일본으로 달아났다. 도피 끝에 붙잡힌 그는 2005년 2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초라하게 물러났으나 딸 게이코 후지모리가 부친 집권 시절 경제발전과 우파 포퓰리즘의 향수를 자극하며 급부상했다.
2011년 대선에 30대 젊은 후보로 출마해 결선에서 3%포인트 차이로 낙선했고, 당선이 유력해 보였던 5년 후 대선에선 결선에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에게 간발의 차이로 졌다.
대권은 놓쳤지만 민중권력당을 의회 다수당을 만들며 차기를 노렸던 후지모리 대표는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며 스스로 무너졌다.
그는 브라질 대형 건설사 오데브레시와 연관된 대형 부패 수사 속에 2018년 대선자금 돈세탁 혐의로 구속됐다.
수장을 감옥에 보낸 민중권력당은 비스카라 대통령이 추진한 반부패 개혁의 발목을 잡으며 민심을 잃어 갔고, 결국 의회 해산의 수모를 겪었다.
지난해 11월 후지모리 대표의 석방 이후 심기일전해 총선을 준비했으나 등 돌린 민심은 돌아오지 않았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 집권 이후부터 페루 정계에서 오랫동안 영향력을 행사했던 '후지모리즘'도 힘을 잃게 됐다.
정치 컨설팅업체 복스 포풀리의 루이스 베나벤테는 AFP통신에 "후지모리즘의 붕괴다. 매우 깊은 추락이고 큰 타격을 입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후지모리즘이 몰락한 국회에선 중도에서 중도우파 성향을 중심으로 한 여러 정당의 의석을 나눠 가질 것으로 보인다.
중도 성향의 무소속 비스카라 대통령이 추진하는 반부패 개혁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선출된 의원들은 15개월의 잔여 임기만 수행한 후 2021년 4월 선거에서 교체된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0/01/28 01:0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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