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 vs 동물학대…투우·투계 놓고 중남미서 논란 계속
페루 헌법재판소, 동물보호단체가 낸 투우·투계 위헌 소송 기각
투우와 투계 등 동물을 이용한 싸움 경기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중남미 각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페루 헌법재판소는 25일(현지시간) 동물보호단체가 투우와 투계를 금지해야 한다며 낸 위헌 소송을 기각했다.
헌법재판관 7명 중 3명만이 동물보호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페루에는 동물복지법이 존재하지만, 투우와 투계는 '문화 공연'으로 간주해 예외로 둔다는 조항이 있다고 AFP통신은 설명했다.
투우 등을 동물 학대로 볼 것인지 전통문화로 볼 건지의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을 겪은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는 식민 시절 유입된 투우 등을 수백 년 동안 하나의 문화로 즐기고 있다.
페루만 해도 투우장이 전국에 199개로, 축구 경기장(80개)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계장은 700개에 달한다고 페루 언론은 전했다.
본토 스페인 못지않게 중남미에서도 투우사가 경기장에서 소를 잔인하게 서서히 죽이는 투우나 애꿎은 닭을 싸움 붙이는 투계의 잔혹함에 대한 비판은 이어졌다.
이번에 위헌 소송을 낸 페루 동물단체는 지난 2018년 5천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동물을 이용한 모든 잔인한 쇼를 금지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투우·투계 등을 지지하는 이들은 오랜 전통문화로 자리 잡은 데다 많은 이들의 생계가 걸려 있는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앞두고 40만 명의 투우·투계 종사자들은 수도 리마에서 생계가 위협받는다며 이들 경기를 존속해야 한다고 시위를 했다.
논란 속에서도 페루를 비롯해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에선 투우·투계가 합법이다.
칠레 정도만이 독립 이후인 1818년 일찌감치 투우를 금지했다. 멕시코에서도 일부 주에선 투우가 금지돼 있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선 2012년 투우를 금지했다가 콜롬비아의 문화유산을 막을 수는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몇 년 후 부활했다.
페루에서도 19세기 한때 투계가 금지된 적이 있었으나 곧 다시 합법화됐다.
카리브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의 경우 투계를 금지하라는 미국 연방정부 결정에 반기를 들면서까지 투계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0/02/26 08:5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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