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KOTRA)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재외공관장 자리에 올라 화제가 됐던 기현서(寄賢舒) 주(駐) 칠레대사가 25일 임기를 마치고 귀국했다.
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과 출신인 기 대사는 코트라 재직 시절 베네수엘라, 도미니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중남미에서만 14년을 근무한 '중남미통'.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정치, 경제적 위상이 급상승한 칠레에 보낼 신임대사 후보를 찾던 정부는 지난 2005년 9월 사상 최초로 코트라 출신 외부 전문가를 대사로 영입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스페인어에 능통한데다가 중남미 사정을 꿰뚫고 있는 기 대사가 첫 FTA 체결 국가인 칠레와의 후속 조치를 유연하게 해낼 적임자로 판단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이후 기 대사는 칠레대사로 근무하면서 이 같은 기대에 걸맞은 성과를 거뒀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일단 한국과 칠레의 교역 규모는 지난 2005년 34억달러에서 지난해 70억달러로 2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한국은 지난해 대(對) 칠레 무역수지 적자규모를 1조원 이상 줄이는 등 교역 내용도 개선되고 있다는 것.
물론 이 같은 결과는 민간 기업 활동에 따른 것이지만, 본국과 주재국간의 '교역의 틀'을 설정하는 대사관의 노력없이는 쉽지 않은 성과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관계자들도 기 대사가 코트라에서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양국간 통상과 경제협력의 '파이'를 키우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기 대사가 재임기간 칠레의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T)을 세일즈하는데 역점을 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라는게 기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칠레가 중남미의 '테스트 마켓'으로 불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칠레에서 한국 IT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중남미시장 공략을 위한 첫 걸음이라는 것.
이 같은 평가에 대해 기 대사는 귀국 직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더 많이 든다"며 겸손해 했다.
기 대사는 향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중남미 교양서를 집필하는 등 지역 전문가로서 활동할 계획이다.
(산티아고=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