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대륙 12개국을 아우르는 최초의 단일 지역기구인 남미국가연합(UNASUL)이 출범했다. 지난 2004년 페루 쿠스코 정상회의에서 창설 제안이 나온 지 4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
●4년 만에 결실 맺어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과 안데스공동체(CAN•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로 양분돼 있던 남미 국가들이 한 지붕 아래 모인 것이다.
12개국 정상들은 23일(이하 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기구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고 국영통신 아젠시아 브라질,EFE 통신 등이 전했다.
정상들은 ▲농업•식량 정책 공조 ▲에너지•통신 부문 통합 가속화 ▲자유무역협상 지향 ▲조화로운 정치 등을 기본 원칙으로 내세웠다.
임시 의장은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이 맡았다. 상설 사무국은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 두기로 했다. 역내 인구 3억 8000만명, 역내 국내총생산(GDP) 3조 9000억달러 규모다.
이로써 에너지, 통상, 사회, 문화 등 지역 통합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세계적인 식량, 에너지난과 맞물려 농업생산력을 갖춘 이 지역 발언권을 강화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의에 참석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UNASUL이 남미의 정치•경제•에너지 통합을 위한 진정한 대표기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구심점이 될 것이란 기대다.
물론 앞으로 갈 길이 멀기는 하다. 역내 경제력•이념 편차를 극복하기 위한 수렴기간이 필요하다. 주요 회원국 브라질 GDP가 세계 10위권인 반면 파라과이, 볼리비아, 가이아나 등은 브라질 국영에너지 회사 페트로브라스 기업가치의 10분의1에 불과하다.
●회원국간 경제적 이권 조율 등 시급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니카라과, 에콰도르의 좌파 지도자들은 외교•국방정책 면에서 역내 갈등도 잠재워야 한다. 국방장관들의 협의체인 남미안보협의회 창설이 합의됐지만 이미 콜롬비아 정부가 가입을 거부했다.
회원국간 경제적 이권 조율도 시급하다. 볼리비아 정부가 에너지 산업을 국유화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는 천연가스 공급난을 겪고 있다. 칠레-페루간 태평양 연안 영유권 갈등, 콜롬비아-에콰도르간 영토침범 논란도 골칫거리다.
서울신문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