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400여명 참전…생존자들 고령에 부상 후유증 등으로 힘든 삶
"2010년 대한민국 정부 초청으로 한국을 다녀왔는데 지옥에서 천국이 되어 있더군요."
6·25 전쟁 당시 콜롬비아 군인으로 참전한 헬리 아가메스 비쟈라가(87)씨는 21일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을 통한 연합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바쟈라가씨는 아흔에 가까운 노령으로 집 밖에도 잘 나가지 못하지만, 참전 당시만큼은 또렷하게 기억했다.
1952년 초 한국에 도착한 그는 같은 해 5월 강원도 철원에 구축된 '미주리 선' 방어 임무 도중 포격을 당해 왼쪽 다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그는 68년 전을 떠올리면서 "내가 흘린 피가 한국의 발전에 한몫을 할 수 있었다니 참 기쁘다"고 말했다.
6.25 관련 연구서들에 따르면 콜롬비아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파병을 결의하고 보병대대와 프리깃함 1척을 이끌고 참전했다. 1951년 5월 한국에 처음 도착한 콜롬비아군은 휴전협정 뒤인 1955년 3월까지 한국에 주둔했다. 보병대대는 미 7사단에 배속돼 금성지구, 김화지구, 불모고지 등 격전지 전투에도 참여했다.
전쟁 기간 한국 땅을 밟은 콜롬비아 군인은 육군 5천100여명·해군 300여명이다. 이 중 163명이 전사했고 69명이 실종됐으며 448명이 부상을 당했다.
참전군인 대부분은 80∼90대 고령이 됐고, 전쟁에서 입은 부상 후유증과 부족한 복지 지원 등으로 생활이 어렵다고 한다.
기아대책은 2017년부터 신체·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콜롬비아 참전용사들을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도 도움이 필요한 참전용사 10여 가구를 찾아 생필품과 생활비, 감사 배지를 전달했다.
6.25에 참전한 에르메네힐도 시스네로스(92)씨는 "한국에서 1년 반 동안 있으면서 한국인의 강한 의지를 볼 수 있었다"며 "한국전에 참전한 것은 나의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북한과 다시 긴장 상태에 있다는 소식에 "한국이 괜찮은지 궁금하다"며 "한국에서 또 전쟁이 난다면 다시 참전할 것"이라고 했다.
해군으로 참전한 빅토르 누녜스(87)씨도 "한국전 참전은 평생의 자부심"이라며 "늘 한국전 참전용사라고 새겨진 모자를 쓰고 다닌다"고 밝혔다. "점점 잊혀가는 참전용사들을 찾아주니 많은 위로를 받는다"는 그는 "우리가 어려울 때 잊지 않고 도와주는 한국인에게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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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0/06/21 08:1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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