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장남의 전직 보좌관 체포 계기로 힘실려
브라질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법학자들로 이루어진 헌법연구위원회를 구성해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문제를 검토해온 브라질변호사협회(OAB)가 탄핵 요구를 위한 절차를 앞당기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22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변호사협회는 대통령의 장남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의 전직 보좌관 파브라시우 케이로즈가 체포된 것을 계기로 대통령 탄핵 요구서를 작성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케이로즈는 상파울루주(州) 아치바이아시(市)에 있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가족 변호사 소유 주택에서 지난 18일 경찰에 체포됐다.
케이로즈는 플라비우 의원이 리우데자네이루 주의원이던 시절 보좌관들에게 지급한 월급의 일부를 돌려받는 이른바 '월급 쪼개기'를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케이로즈는 리우 지역의 민병대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진행될 사법 당국의 조사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변호사협회 관계자는 "갈 데까지 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케이로즈 체포를 계기로 협회의 우선순위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협회는 지역별 대표 3명씩 모두 81명이 참석한 가운데 8월에 열리는 전국회의에서 탄핵 요구에 관한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탄핵 문제를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으나 최근 들어서는 찬성 쪽으로 기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에서 가장 강력한 압력단체의 하나로 꼽히는 변호사협회는 과거에도 대통령 탄핵 문제에서 상징적 역할을 했다.
1992년에는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는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2016년에는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을 지지했고, 2017년엔 미셰우 테메르 전 대통령 자진 사임을 촉구하면서 정국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편, 브라질 헌법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 개시 여부는 하원의장의 결정에 달렸다.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려면 하원에서 전체 의원 513명 가운데 3분의 2(342명) 이상, 상원에서 전체 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54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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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0/06/23 07:0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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