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알림
정보/알림
중남미소식
공지사항
중남미소식
중남미포럼
주한중남미공관소식
공공 및 기업 오퍼
회원게시판
신간안내
K-Amigo (계간지)
구인/구직
중남미소식
[한국을 찾은 해외작가들] 쿠바 테레사 카르데나스 (5.26)
관리자 | 2008-05-29 |    조회수 : 1333
“착한 천사는 항상 금발의 푸른눈 노예제 폐지돼도 인종차별 여전”

  “나는 글을 배우자마자 책읽기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책을 읽은 후에도 여전히 나와 동일시할 수 있는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착한 천사들, 공주들, 그리고 마녀들까지도 모두 금발에 빨간 볼, 그리고 푸른 눈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위대한 왕들은 술에 취하지도 않았고, 내 아버지가 우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가족을 버리지도 않았습니다.”

  쿠바의 여성 작가 테레사 카르데나스(37)는 자신과 같은 ‘검둥이 계집아이’들에게 스스로의 경험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청소년 소설과 동화를 쓰는 작가가 됐다고 한다. 지난주 한국문학번역원 주최로 홍익대 인근에서 열린 ‘2008 서울, 젊은 작가들’ 행사에 초청돼 한국을 찾은 그는 쿠바를 대표하는 작가, 시인, 배우, 프로듀서이면서 인종차별의 아픔을 뼛속 깊이 간직한, 조용한 성품의 여성이었다.

  카르데나스는 “노예제도는 폐지됐지만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의 대표작으로, 올해 초 한국어로 번역된 청소년 소설 ‘바람의 눈이 되어’(하정임 옮김•다른)에서도 태어나자마자 엄마와 헤어져 사탕수수 농장의 노예로서 삶을 시작하는 페르로 비에호가 노예가 없는 콜리부리로의 탈출을 시도하며 자유를 꿈꾸는 모습을 그렸다. 페르로 비에호란 이름은 ‘늙은 개’란 뜻으로, 오래 전에 헤어진 엄마의 냄새를 쫓아 인기척 나는 곳으로 매번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고 마치 도망간 노예를 냄새로 쫓는 사냥개 같다고 해서 그의 주인이 지어준 것이다. 이 소설은 라틴아메리카 최고 문학상으로 평가받는 ‘카사 데 아메리카상’(2005년)을 받았다.

  1970년 쿠바 마탄사스에서 태어난 그는 19살 때 보건사회복지사 과정을 마친 뒤 일과 병행하면서 바라데로 국제호텔 여름학교에서 영어, 고전발레, 민속무용, 모델 수업을 받았다. 그후 무용수와 모델로 활동하기 시작한 그는 실험극의 각본을 쓰거나 실험영화 및 다큐멘터리의 프로듀서로 다양한 장르의 활동을 벌여왔다. 비결을 묻자 “욕심이 많아 하고 싶은 게 많았다”며 “노래하고 춤도 췄던 경험이 책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변한다.

  그의 첫 책은 한 흑인소녀가 돌아가신 엄마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자신의 고통, 슬픔을 담아낸 동화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이며 그후 자유를 찾아 산으로 도피했던 자신의 큰아버지의 삶을 그린 ‘마쿠쿠페의 이야기’를 쓰기도 했다. “어릴 때 동화에서 ‘얼굴이 빨개지다’란 말이 나오는데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그는 철저히 흑인의 삶에 글쓰기의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11살짜리 딸과 2살짜리 아들의 엄마가 된 이후, 아기의 심리와 발달과정이 담긴 유아용 그림책을 쓰는 등 변화를 겪었다. 배우로 활동해달라거나 ‘바람의 눈이 되어’를 영화로 제작하자는 제의도 있지만 둘째를 키울 때까지 미뤄두고 있다고 한다. 처음 한국을 찾은 그는 “무섭게 발전하는 나라라고 해서 무표정하고 냉정한 사람들을 상상했는데 너무 정이 많았다”면서 “특히 홍대 앞에서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와 즐기는 문화는 쿠바인들 못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카리브해의 중심으로, 유럽과 남미를 연결하는 쿠바 문화의 풍요로움에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경향신문 글 한윤정 사진 강윤중기자
목록
삭제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