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매체 "정부가 범죄조직에 교도소 특혜 제공하며 협상" 보도
엘살바도르 정부가 살인율을 낮추기 위해 악명높은 범죄조직과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나이브 부켈레(39) 대통령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으나, 검찰은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지 인터넷매체 엘파로는 4일(현지시간) 부켈레 정부가 대형 범죄조직 MS-13(마라 살바트루차)과 지난해 6월부터 협상해 왔다고 보도했다.
MS-13은 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엘살바도르 출신들을 중심으로 생겨난 조직으로, 엘살바도르와 미국은 물론 다른 중미 지역에서도 활동하는 국제 범죄조직이다.
엘파로는 정부가 살인율을 낮추기 위해 MS-13에 교도소에서의 특혜를 약속했으며, 내년 의회 선거에서 MS-13이 여당을 돕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교정당국 등 정부 공식문서를 입수해 양측이 십여 차례 회동을 갖고 이 같은 논의를 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회의 참석자들의 이름과 직인 등이 담긴 문서도 함께 공개했다.
문서는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엘살바도르는 살인 사건 등 강력 범죄가 많기로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국가다.
지난해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엘살바도르 인구 10만 명당 살인 피해자는 62.1명으로 그 어떤 국가보다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정치 '아웃사이더'였던 부켈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살인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올해 살인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 급감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부켈레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을 구가해왔다.
부켈레 대통령은 또 군과 경찰력을 강화했으며 범죄조직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지난 4월에는 교도소 내 범죄가 증가하자 수감자들을 속옷만 입힌 채 강당에 몰아넣은 사진을 공개해 인권단체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날 엘파로의 보도 이후 부켈레 대통령은 '폭풍 트윗'으로 보도를 부인했다.
그는 4월 교도소 사진 이후 자신에게 쏟아진 비난을 상기시키며 "테러리스트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비난하더니 이젠 그들에게 특권을 줬다고? 어떤 특권인지 하나라도 보여달라"고 말했다.
엘살바도르에선 이전에도 정권 관계자들이 범죄조직과의 거래 의혹으로 수사를 받거나 처벌받는 일이 있었다.
라울 멜라라 엘살바도르 검찰총장은 이날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당연히 (관련 의혹을) 조사할 것"이라며 "누구도 기관을 이용해 범죄자들과 거래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0/09/05 08:19 송고
106.253.23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