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대통령, '비리 의혹' 녹음파일 공개에 탄핵 위기 몰려
관리자 | 2020-09-14 | 조회수 : 1356
야당 의원 "비스카라 대통령이 부패 수사 방해한 정황 담겨" 주장
대통령 "물러나지 않을 것"…의회, 초스피드로 탄핵 절차 개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계속되는 페루가 갑작스럽게 대통령 탄핵정국에 접어들며 정치적 혼란에 휩싸이게 됐다.
11일(현지시간) 페루 의회는 마르틴 비스카라 대통령에 대해 '도덕적 무능'을 이유로 탄핵 절차를 개시하기로 의결했다고 일간 엘코메르시오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탄핵 추진을 위해선 전체 130석 중 52표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이날 표결 결과는 찬성 65표, 반대 36표, 기권 24표였다.
페루가 느닷없이 탄핵정국의 격랑 속에 빠진 것은 비스카라 대통령 등의 음성이 담긴 파일이 공개된 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의 정적인 한 국회의원이 전날 공개한 파일은 몇 달 전 불거졌던 문화부의 부적절한 계약과 관련한 음성 파일이다.
당시 문화부가 비스카라 대통령과 가까운 행사 기획자 겸 무명 가수 리차드 시스네로스(예명 리차드 스윙)에게 17만5천솔(약 5천800만원)을 주고 동기부여 강의를 의뢰한 사실이 현지 언론에 폭로됐다.
자격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에게 본업과 무관한 리더십 강의 등을 맡긴 것이 논란이 되면서 수사가 개시됐고 당시 문화장관과 카렘 로카 대통령 보좌관이 물러났다.
비스카라 대통령은 당시 자신은 문화부와 시스네로스간의 계약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녹음파일엔 비스카라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자신과 시스네로스와의 만남 횟수 등에 대해 거짓 증언을 지시한 정황 등이 담겼다.
또 다른 파일에선 시스네로스가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한 내용과 로카 전 보좌관이 "그(비스카라)는 자기만 살려고 한다"고 말하는 내용도 확인됐다.
야당 의원들은 비스카라 대통령이 자신과 시스네로스와의 관계를 축소하며, 부패 수사를 방해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스카라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의회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초스피드로 대통령 축출을 시도하고 나섰다.
2018년 전임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이 브라질 건설사 오데브레시 관련 비리에 연루돼 물러난 후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승계한 비스카라 대통령은 강력한 반부패 정책을 펴며 의회와 대립해왔다.
녹음 파일이 공개된지 하루 만인 이날 탄핵 추진이 결정됨에 따라 의회는 이르면 내주 탄핵안을 처리하게 된다. 비스카라 대통령은 의회에 출석해 소명하는 기회를 갖는다.
무소속인 비스카라 대통령은 의회에 지지 기반이 미약하지만, 최종 탄핵을 위해선 의회 3분의 2인 87표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라 대통령 축출로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그동안 반(反)부패 이미지를 쌓아온 비스카라 대통령은 의회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의회가 성급히 대통령을 몰아낼 경우 작지 않은 역풍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비스카라 대통령은 전날 TV 연설을 통해 녹음파일 공개는 그를 축출하려는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하며 "물러나지 않겠다. 도망가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0/09/12 10:08 송고
106.253.23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