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산탄데르, 브라질의 방코 브라데스코, 미국의 웰스파고'
국내 은행들의 글로벌은행 배우기 열풍이 뜨거운 가운데 최근 들어 금융가에서 다소 낯선 은행들이 거론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28일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임원급 대상 정보사이트인 '세리CEO'를 통해 글로벌은행이 아니면서도 특성을 살려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한 이들 은행의 성공 전략을 분석했다.
1980년대 세계 150위권, 스페인 6위에 불과했던 산탄데르 은행은 작년 말 총자산 1천300조원의 세계 8위 은행으로 급성장하면서 국제 금융가의 주목을 받게 됐다.
3월말 취임한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국내에도 어느 정도 알려진 산탄데르은행은 사업을 확장하되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문화적 동질성이 강한 중남미 시장에, 그 중에서도 소매금융에 집중했다.
그는 "넓힐 것은 넓히되 고수할 것은 고수하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브라질의 최대 상업은행인 방코 브라데스코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세계 30위권으로 40위권인 국민은행보다 약간 큰 규모다. 65년 역사에서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무려 30개 은행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내수에 주력했고, 그 결과 은행 거래가 가능한 브라질 인구의 약 30%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미국 5위 은행인 웰스파고 역시 국내 시장에만 집중해 성공한 경우다. 다만 인수합병(M&A)보다는 지역밀착형 영업으로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전략을 취했고, 이를 기반으로 교차판매에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고객 1인당 상품가입 개수가 8개로 미국 금융사들 가운데 가장 많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웰스파고는 작지만 탄탄한 은행으로 발전 모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호주의 맥쿼리은행을 언급하며 "`백만장자의 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규모에 비해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맥쿼리는 인프라투자라는 고유의 투자전략을 개발해 독보적 입지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사실 씨티그룹이나 HSBC와 같은 대형 글로벌은행은 몇 곳 되지 않는다"며 "이들 4개 은행은 잘 할 수 있는 부문만을 특화했다는 점에서 글로벌화.대형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국내 은행들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