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리마 등 전역에서 의회와 임시 대통령 반대 시위 지속
'부패와의 싸움' 벌인 비스카라 축출로 반부패 노력 약화 우려도
페루에서 마르틴 비스카라 대통령 탄핵과 국회의장의 임시 대통령 취임에 항의하는 시위가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일간 라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수도 리마를 비롯해 쿠스코, 앙카시, 라리베르타드, 아야쿠초 등 페루 전역에서 시위가 이어졌다.
페루 의회와 마누엘 메리노 임시 대통령에 항의하는 이번 시위는 지난 9일 의회의 비스카라 대통령 탄핵 이후 사흘째다.
시위대는 이번 탄핵이 의회의 '쿠데타'이며, 메리노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행진했다. 전날 리마 의회 부근에서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며 30명 가까이 연행되고 부상자들이 나오기도 했다.
12일에도 전국적인 항의 시위가 예정돼 있어 반발이 단기간 내에 사그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 9일 의회는 내년 7월 말 임기 종료를 앞둔 비스카라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정원 130명 중 105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비스카라 전 대통령이 주지사 시절이던 2011∼2014년 인프라 공사 계약을 대가로 기업들로부터 230만솔(약 7억2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도덕적 무능'을 이유로 축출한 것이다.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온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곧바로 대통령궁을 떠났고, 인지도 낮은 정치인이었던 메리노 국회의장이 이튿날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여론의 공감대 형성도 없이, 그것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한가운데에서 이뤄진 의회의 속전속결 탄핵 결정은 여론의 반발을 불러왔다.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도 않은 부패 혐의를 빌미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을 의회가 무리하게 몰아냈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갈등을 이어온 의회는 지난 9월에도 또 다른 부패 의혹을 이유로 대통령 탄핵을 시도한 바 있다.
더욱이 부패 의혹을 안고 낙마한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그동안 반부패 개혁을 추진해온 '반부패 전사'의 이미지였고, 대통령의 반부패 개혁에 맞서 온 의회가 오히려 부패한 기성 정치인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로 130명 국회의원 중 절반이 넘는 68명이 현재 부패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말 페루 일간 엘코메르시오의 여론조사에 비스카라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직전보다 낮아졌으나 54%였고, 의회 지지율은 전보다 높아졌지만 32%에 그쳤다. 당시 조사에서 응답자의 78%가 탄핵에 반대했다.
이 때문에 부패를 이유로 한 대통령 탄핵이 오히려 페루의 부패와의 싸움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페루는 전직 대통령 대부분이 부패 혐의로 수감되거나 재판을 받은 흑역사가 있다.
페루 파시피코대의 알론스 구르멘디 둔켈베르그 교수는 AP통신에 "정치적 관점에서 비스카라는 저항의 얼굴이었다"며 "이번 의회에는 반부패 노력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11/12 07:0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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