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우정의 날' 맞아 40여분간 대화…메르코수르 활성화 등 협의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좌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첫 대면을 하면서 냉랭했던 양국 관계가 풀릴지 주목된다.
1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두 정상은 전날 '브라질-아르헨티나 우정의 날'을 기념하는 화상회의를 통해 마주 앉았다.
'브라질-아르헨티나 우정의 날'은 1985년 11월 30일 당시 주제 사르네이 브라질 대통령과 라울 알폰신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양국 접경 도시 포즈 두 이과수에서 만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창설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직접 만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12월 10일 페르난데스 대통령 취임 이후 두 정상이 직접 대화를 한 것은 처음이다.
화상회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셋째 아들이자 하원 외교위원장인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 의원과 브라질 주재 다니엘 시올리 아르헨티나 대사의 물밑 조율을 통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먹한 양국 관계를 대변하듯 브라질 대통령실은 사전공지를 하지 않았으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대화했다고 밝힌 뒤에야 회의 개최 사실을 확인했다.
대통령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축구의 전설로 통하는 디에고 마라도나 별세에 애도를 표하고 아르헨티나 국민에 대한 연대 의사를 밝히면서 대화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40여 분간 이뤄진 화상회의에서 두 정상은 메르코수르 활성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메르코수르가 역외 블록이나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부과하는 대외공동관세(TEC) 인하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메르코수르 차원에서 역외 블록이나 개별 국가와 자유무역협상을 확대해야 한다며 시장 개방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시장개방에 앞서 메르코수르 회원국 간 시장통합을 우선해야 한다며 다른 입장을 보였다. 그는 "갈등을 뒤로 하고 양국 미래를 위한 협력을 우선할 것"이라며 환경보호와 코로나19 공동대응, 경제회복 등을 위한 협력을 제의했다.
두 정상은 이른 시일 안에 메르코수르 4개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적절한 시기에 상호 방문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10월 말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투표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승리한 뒤 껄끄러워졌다.
당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르헨티나가 최악의 선택을 했다"고 비난한 데 이어 페르난데스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거부하고 아미우톤 모우랑 부통령을 대신 보냈다.
브라질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었다. 그동안 양국 정부는 정상회담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fidelis21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12/02 00:5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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