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이민자로 추정되는 불에 탄 시신 19구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멕시코 사법당국이 지역 경찰 12명을 용의자로 체포했다.
멕시코 북부 타마울리파스주 검찰은 지난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달 타마울리파스주 카마르고에서 발생한 사건에 주경찰 12명이 연루된 것이 수사 결과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살인과 공권력 남용, 위증 등의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주 리오그랜드와 국경을 맞댄 카마르고에서는 지난달 버려진 차 안에서 총에 맞고 불에 탄 시신 19가 발견됐다. 이중 16명은 남성, 1명은 여성이었고, 나머지 2구는 성별조차 알 수 없을 만큼 훼손된 채였다.
멕시코 당국은 지금까지 이중 멕시코인 2명과 과테말라인 2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신원이 확인된 멕시코인 중 1명은 이른바 "코요테"로 불리는 불법 밀입국 브로커였다.
나머지 시신 중 상당수는 미국에 가려던 과테말라 이민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자신의 가족·친지가 사망자 중에 포함됐다고 믿는 과테말라인들은 당국에 DNA 샘플을 제공하고 확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타마울리파스주 국경은 중미에서 미국으로 가는 최단거리 통로여서 중미 출신 밀입국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으로, 마약 밀매과 이민자 밀입국 알선 등을 놓고 멕시코 범죄조직들의 영역 다툼이 치열한 곳이기도 하다.
보통 이민자들은 현지 사정에 밝은 "코요테"에게 돈을 주고 몰래 국경을 넘고, 코요테는 지역을 장악한 카르텔에 일정액을 상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2010년 역시 타마울리파스주에서 미국행 중미 이민자 72명이 한꺼번에 살해된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로스세타스" 카르텔이 이민자들을 끌고가 돈을 내놓거나 카르텔을 위해 일하라고 위협했고, 여기에 응하지 않자 사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이번 사건에 경찰 등 공권력이 연루된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2010년 사건보다도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멕시코에선 부패한 지역 경찰이 카르텔의 돈을 받고 편의를 봐주거나 경쟁 조직 견제에 협조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멕시코 매체 밀레니오는 "타마울리파스주 경찰이 범죄에 연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2019년 경찰이 카르텔 조직원들 8명을 살해한 후 이를 은폐하기 위해 현장을 조작한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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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02/04 01:0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