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대선에서 친미ㆍ반미 후보 ''불꽃 접전''
[세계일보 2006-10-17 08:03]
중남미 좌파 세력의 확산 여부를 놓고 큰 관심 속에 치러진 에콰도르 대통령 선거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결선투표 실시가 확실시된다.
16일 AP통신에 따르면 출구조사 결과 ‘바나나 재벌’로 유명한 우파성향의 알바로 노보아(55) 후보가 26.9%의 득표율을 기록해 25%를 얻은 반미성향의 좌파후보인 라파엘 코레아(44)를 근소한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 개표 결과도 이와 비슷해 개표작업이 63% 완료된 현재 노보아는 26.8%, 코레아 22.5%로 두 후보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에콰도르 헌법은 유효 득표율의 최소 40% 이상을 기록하거나 다른 후보와 10%포인트 득표율 차를 벌려야 승리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후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노보아와 코레아는 다음달 26일 결선투표에서 다시 맞붙게 될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출구조사와 중간개표 결과 근소한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노보아는 110개 기업을 소유한 에콰도르의 재벌이다. 그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경제 대통령’이 될 것임을 강조하며 ▲일자리 100만개 창출 ▲저렴한 주택공급 등의 공약을 내세우는 전략을 구사했다.
억만장자인 노보아는 이날 출구조사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국민 일인당 월수입이 고작 12달러(약 1만1470원)에 불과하고 독재정치가 판치는 쿠바를 지지하는 코레아 후보를 선택하든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자유가 살아 숨 쉬는 잘사는 나라를 건설할 후보를 고르든가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보아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코레아는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교수까지 지낸 인물이지만 정치적인 성향은 반미주의 색채가 강하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도 절친해 그의 물밑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코레아가 승리할 경우 에콰도르는 칠레 볼리비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에 들어선 ‘좌파 정부’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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