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판 플로이드…엘살바도르 여성, 경찰에 목 눌려 숨져
Admin | 2021-03-31 | 조회수 : 1539
경찰관 4명 구속 수사…멕시코시티 등서 항의 시위 예고
멕시코에서 엘살바도르 여성이 경찰에 목이 짓눌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공분이 일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오전 기자회견에서 지난 27일 툴룸에서 발생한 엘살바도르 여성 빅토리아 살라사르 아리아사(36) 사망사건을 언급하며 "고통과 수치를 느끼게 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피해자가 경찰에 "잔혹 행위를 당해 살해됐다"며 "책임자들을 반드시 처벌하겠다. 이미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다. 불처벌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멕시코 동부 카리브해 휴양도시인 킨타나로오주 툴룸에서 발생한 당시 사건 장면은 현지 언론 등이 공개한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경찰 차량 옆에서 제복을 입은 여성 경관이 살라사르를 바닥에 엎드리게 한 채 무릎과 손으로 살라사르의 목과 등을 짓눌렀다. 제압당한 살라사르는 고통스러운 듯 다리를 움직였고, 남성 경찰 3명이 옆에 서서 이를 지켜봤다.
또 다른 영상에선 경찰들이 미동 없이 바닥에 엎드려있는 살라사르를 살펴보다, 숨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경찰 차량에 싣는 모습도 담겼다.
살라사르가 왜 경찰에 붙잡혔는지, 경찰이 그를 얼마나 오래 제압하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킨타나로오주 검찰은 부검 결과 살라사르가 목뼈 골절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찰관의 무력 사용이 과도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4명의 남녀 경관은 구속된 채로 조사를 받고 있다.
멕시코 언론들에 따르면 살라사르는 2018년 3월부터 인도주의 비자를 받아 두 딸과 함께 멕시코에 살고 있었다.
이민자 여성을 상대로 벌어진 이번 사건은 지난해 5월 미국 전역을 뒤흔든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연상시킨다.
흑인 플로이드는 "숨 쉴 수 없다"는 호소에도 경관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숨졌고, 이후 미국에서는 격렬한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멕시코에서도 그 무렵 30대 남성이 경찰 과잉 진압에 숨지면서 플로이드 사건과 맞물려 공분을 자아내는 등 경찰의 과도한 폭력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늘어나는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분노도 들끓고 있어 이번 사건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 수도 멕시코시티와 툴룸에선 살라사르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예정돼 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도 자국 여성의 사망에 조의를 표하고 멕시코 당국을 향해 철저한 수사와 정의 구현을 요구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다만 "많은 멕시코인도 우리처럼 분노하고 있다. 이 범죄를 저지른 건 툴룸 경찰의 범죄자들이지 멕시코 국민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03/30 04:4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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