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12월 이어 세 번째…반대하던 피녜라 대통령 결국 서명
코로나19로 생활고를 겪는 칠레인들이 또다시 연금 곳간에 손을 대게 됐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의회가 승인한 연금 10% 인출 허용 법안을 오늘 공포하겠다"고 밝혔다.
연금 인출에 반대해온 피녜라 대통령은 헌법재판소를 통해 법안 저지를 시도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뜻을 꺾었다.
그는 "국민이 내주부터 돈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경제난 속에 칠레에서 연금 10% 중도 인출이 허용된 것은 지난해 7월과 12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중도우파 피녜라 정부는 연금 재정이 허약해질 것을 우려하며 줄곧 반대해왔으나 여론의 거센 요구 속에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 의원들도 법안을 지지했다.
지난주 의회가 세 번째 중도 인출안을 가결한 뒤 피녜라 정부가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칠레 곳곳에선 자신의 연금을 찾게 해달라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광산노조 등은 정부를 향해 대규모 단체행동을 경고하기도 했다.
최근 칠레 여론조사기관 카뎀의 조사에서도 87%의 응답자가 연금 인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생활고는 깊어지고 정부의 지원은 미미해 당장 기댈 데가 연금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금을 민간 기업들이 관리하는 현 연금 제도에 대한 국민의 반감과 불신이 워낙 높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9년 격화한 칠레 사회 불평등 항의 시위 당시에도 연금 개혁이 주요 요구 중 하나였다.
당시 시위 사태 등을 겪으며 지지율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 피녜라 대통령은 이번 법안 저지 실패로 또 한 번 타격을 입게 됐다.
한편 칠레 연금 재정은 총 2천100억달러(약 233조원)로, 이전 두 차례의 인출로 375억달러가 줄어든 상태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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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04/28 09:0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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