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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략 닮은 페루 후지모리의 선거 불복…유행처럼 번지나
Admin | 2021-06-18 |    조회수 : 1202
'대선 3수생' 후지모리, 개표 완료 후에도 사기 선거 주장 고수


페루 일간 라레푸블리카는 최근 만평에서 대선 후보 게이코 후지모리(46)를 뿔이 달린 털모자를 쓰고 얼굴에 국기를 그린 모습으로 묘사했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당시 이러한 모습으로 상원 연단에 오른 제이컵 앤서니 챈슬리와 후지모리를 합쳐놓은 것이다.

페루 대선에서 페드로 카스티요(51)에 4만여 표 차로 뒤진 우파 후보 후지모리가 개표 완료 후에도 '선거 사기' 주장을 펴며 불복을 이어가자 페루 안팎에서는 그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빗대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 "후지모리가 트럼프 전술책의 한 페이지를 가져온 것 같다"며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러한 후지모리의 접근이 트렌드의 출현을 알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표현했다.

대선 3수생인 후지모리는 지난 6일 대선 결선이 치러진 후 개표 과정에서 카스티요에 역전을 허용하자 곧바로 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의심스러운 일부 투표소의 20만 표를 무효로 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 대부분 카스티요에게 많은 표를 던진 지역 투표소다.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한 투표소에선 자신의 표가 1표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정을 의심하기도 했다.

후지모리는 "당국이 내 (표 무효화) 주장을 받아들이면 결과가 바뀔 것"이라며 지지자들의 불복 시위를 이끌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패한 후 명확한 근거 없이 '대선 사기' 주장을 고수하며 불복 소송을 이어간 바 있다.

'트럼프식' 불복은 최근 이스라엘에서도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베냐민 네타냐후 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실권을 앞두고 자신을 저지하기 위한 새 연립정부 구성을 "역사상 최대의 선거 사기"라고 주장하며 쉽게 물러나지 않을 태세를 보였다.

트럼프와 네타냐후, 후지모리의 공통점은 낙선하면 잃을 것이 많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여러 골치 아픈 소송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네타냐후 전 총리도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 역시 이번 선거를 앞두고 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라 대통령 면책특권이 절실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사기 주장이나 불복의 '원조'는 아니다.

후지모리만 해도 2016년 대선 때에도 근소한 차이로 패한 후 곧바로 패배를 인정하진 않았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도 지난 두 차례 대선 패배 후 부정 의혹을 제기했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도 2018년 대선 당시 자신이 낙선하면 '선거 사기' 때문일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페루 정치 분석가인 지오반나 페냐플로르는 WP에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정치의 '중남미화'를 보여준 것"이라면서 "다만 그가 더 큰 스케일의 문을 열었다"고 표현했다.

초유의 의사당 유혈사태로 이어진 트럼프의 불복 주장처럼 후지모리의 불복도 페루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페냐플로르는 "미국의 기관들은 트럼프를 견뎌낼 만큼 튼튼했지만, 페루는 그렇지 못하다"며 페루 민주주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06/18 03:5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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