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발언 삼가온 유명 음악인들, 인터넷 등서 목소리 내
쿠바 출신 유명 음악인들이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고 정부의 시위대 탄압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그래미상 수상 경력이 있는 쿠바 밴드 '로스 반 반'은 1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수천 쿠바인들을 지지한다"며 "폭력과 충돌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재즈 피아니스트 추초 발데스도 페이스북에 "내 가족을 포함한 쿠바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 매우 슬프다. 그들이 처한 비인간적인 상황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속임수가 거짓말은 이제 그만.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SOS쿠바' 해시태그를 달았다.
'SOS쿠바'는 지난 11일 쿠바 반정부 시위를 전후해 쿠바 국민이 처한 처참한 상황을 알리고 정권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확산한 해시태그다.
로이터통신은 "한때 말을 아껴온" 쿠바 음악인들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표현했다.
쿠바 안팎에서 활동하며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쿠바 음악인들은 좀처럼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
공산정권을 비판했다가는 자국 내에서 보복을 당할 수 있고, 친정부적 발언을 하면 미국 등 전 세계로 망명한 쿠바 이민자들에게 미움을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극심한 경제위기 등에 지친 쿠바 국민이 이례적인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경찰이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퍼지면서 음악인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가수 레오니 토레스는 수도 아바나에서 찍은 페이스북 영상에서 "그들(정부)이 손에 피를 묻혔다"며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 쿠바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명인들의 소신 발언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사실 이번 시위에 이르기까지 쿠바 내에서 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결집하기 시작한 것도 음악인을 비롯한 예술인들이었다.
2018년 반체제 예술인과 언론인 등을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인 '산이시드로 운동'은 지난해 11월 모욕 혐의로 수감된 래퍼의 석방과 표현의 자유 존중 등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였다.
소규모 시위였고 경찰에 강제 해산됐지만 쿠바에서 흔치 않은 반체제 시위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지난 2월엔 요투엘 로메로, 헨테 데 소나, 데세메르 부에노 등 여러 쿠바 출신 뮤지션들이 협업해 반체제 메시지를 담은 노래 '파트리아 이 비다'(Patria y vida·조국과 삶)를 발표했다.
쿠바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의 구호 '조국 아니면 죽음'(Patria o muerte)을 비튼 제목의 이 노래는 가사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쿠바의 식량난과 반체제 인사 탄압을 신랄하게 비판해 공산정권을 자극했다.
'조국과 삶'은 지난 11일 시위대가 외친 주요 구호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07/15 03:4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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