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부터 법정통화로…시장 상인들 "비트코인 잘 몰라"
높은 변동성·돈세탁 악용 가능성 우려 속 반대시위 이어져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오는 7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중미 엘살바도르에서 법정통화가 된다.
엘살바도르 당국은 인프라 구축 등 준비작업을 이어가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으나, 높은 변동성과 범죄 악용 가능성, 일반 시민의 정보 부족 등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가시지 않고 있다.
1일 로이터통신은 수도 산살바도르의 한 재래시장에서 상인과 행인들을 인터뷰한 결과 대부분이 일단은 비트코인 사용 의사가 없었다고 보도했다.
티셔츠와 기념품을 파는 클라우디아 몰리나(42)는 로이터에 "비트코인에 대해 모른다. 어디서 온 것인지, 우리한테 이익이 될지 손해가 될지도 아무것도 모른다"며 "그들(당국)은 아무런 교육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EFE통신도 상점 주인들이 정보 부족 등을 이유로 비트코인에 대해 회의감을 표시했으며, 주요 도시의 상점들에선 비트코인 결제 허용 여부 표시를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안드레아 로페스는 "와서 설명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너무 어렵다"며 비트코인을 받을지 말지를 아직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달러가 공용 통화인 엘살바도르는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달러와 더불어 비트코인도 법정통화로 인정하기로 했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 주도 아래 속전속결로 법안이 처리됐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미국 등 해외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을 훨씬 저렴하고 편리해지며, 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엘살바도르는 국민의 70%가 기존 금융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있는 데다 이민자들이 보내오는 송금액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3%에 달할 정도로 송금 의존도가 높다.
정부는 이후 전국 곳곳에 비트코인을 달러로 입출금할 수 있는 ATM 200대와 유인 지점 50곳을 설치하는 한편 달러 변환 편이를 위해 1억5천만 달러(약 1천739억원)의 기금도 마련하기로 했다.
비트코인 지갑 애플리케이션 '치보'(chivo)를 처음 사용하는 이들에게 3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하기로 하는 비트코인 사용 유도에도 힘쓰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관련 법안 통과 이후부터 정식 도입을 눈앞에 둔 지금까지 비판과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1일에도 산살바도르의 의사당 앞에선 300여 명의 시위대가 법안 폐기를 요구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비트코인 반대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나선 록시 에르난데스(29)는 대부분의 국민은 비트코인 사용을 원치 않는 데다 상점이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는 것이 의무인지 아닌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당초 법안은 상점이 비트코인 결제를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했으나, 이후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 사용이나 수락이 의무가 아니라고 말했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이 경제를 위태롭게 할 수 있고, 돈세탁 등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도 엘살바도르의 결정에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부켈레 대통령은 비판을 일축하며 비트코인 실험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한편 이날 엘살바도르에선 비트코인 도입을 비판해온 암호화폐 전문가가 경찰에 한때 체포됐다 풀려났다. 경찰은 그를 금융사기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부켈레 정권의 반대파 탄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09/02 06:3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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