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야당 후보 "당선되면 중국과 수교" 발언에 대만 긴장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중미 온두라스가 중국과 대만 갈등의 또 다른 무대가 됐다.
대만 외교부는 10일(현지시간) 중국이 온두라스 대선을 이용해 대만과 온두라스의 오랜 관계를 흔들려 한다고 비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외교부는 "최근 중국은 우리 동맹국의 민주 선거까지 이용해 논란을 만들고 우리와 온두라스의 외교관계가 불안정하다는 거짓 이미지를 만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악랄한 억압"에 맞서 "온두라스의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대만의 지원을 보여주고 온두라스 여야로부터 대만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분명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이 긴장하는 이유는 최근 온두라스 야당 대선후보가 중국과의 수교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시오마라 카스트로 좌파 자유재건당 대선 후보는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오는 11월 28일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즉시 중국과 외교·교역 관계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2006∼2009년 집권)의 부인이기도 한 카스트로 후보는 2013년과 2017년 대선에서도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로 나서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번 대선을 앞둔 여론조사에서도 여당 국민당 후보인 나스리 아스푸라 테구시갈파 시장과 함께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조사 기관별로 결과가 천차만별이라 신뢰성은 떨어진다.
카스트로 후보의 발언이 알려지자 대만은 즉각 온두라스를 향해 "중국 정부가 한 약속은 대개 현란하고 거짓된 것"이라며 "대만과 동맹국들의 외교관계를 파괴하려는 계략"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며 받아쳤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대만 독립은 막다른 길로 이어질 것"이라며 '금전 외교' 속임수는 야비하다"고 말했다.
온두라스는 이제 15개국만 남은 대만 수교국 중 하나다.
2016년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취임한 이후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며 중미 엘살바도르와 도미니카공화국 등 7개국이 대만과 단교했다.
남은 수교국 상당수가 카리브해나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여서 과테말라, 파라과이 등과 더불어 비교적 규모가 큰 수교국인 온두라스가 중국으로 넘어갈 경우 대만에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중남미 공략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공격적인 마스크·백신 외교까지 더해져 대만의 중남미 수교국 지키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온두라스 정부 관계자는 지난 5월 언론 인터뷰에서 대만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만 백신 문제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파라과이도 대만과의 단교를 조건으로 한 중국 백신 공급 제안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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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09/11 02:1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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