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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등' 없겠지만 '인상' 불가피할 듯 (6.3)
관리자 | 2008-06-04 |    조회수 : 1320
[머니위크 커버스토리]공공요금과 서민경제

  "1인당 하루 쓰는 수돗물값이 14만원이라고?"

  "강부자는 아프면 병원가면 되지만 서민들은 감기에 걸려도 병원조차 못 가는 날이 올거라고?"

  "고속도로, 가스, 철도, 지하철 요금 모두 올라버린 대한민국에서 서민들은 제대로 숨쉬며 살아갈 수 있을까?"

  지난 몇 주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민영화 괴담'들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기업 민영화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소비자들이 특히 관심을 갖는 분야는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전력 등 공공서비스와 관련한 부문이다. 민영화 괴담이 퍼진 이후 정부는 서둘러 "인터넷 괴담은 괴담일뿐 실제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며 무마하고 나섰지만 이미 불붙은 소문을 진정시키기에는 때늦은 듯 보인다. 

  정부에서 말하듯 "괴담은 괴담일 뿐"이라는 건 소비자들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는 여전히 또 다른 괴담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민영화 이후 공공요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요금 인상은 없을 것

  1999년 중남미의 조그만 나라 볼리비아는 코차밤바지역의 상수도 시스템을 미국의 벡텔사에게 넘겨주고 만다. 정부에서 국영으로 관리하던 수도사업이 민영화된 것이다. 이로 인해 치솟은 볼리비아의 수돗물요금은 무려 30배. 3000원 하던 수돗값을 9만원이나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1950년대만 해도 아르헨티나는 세계 10대 강국에 속하는 경제대국이었다. 아르헨티나는 1990년대 초반 외환위기로 인해 IMF관리체제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민영화 사업을 추진한다. 항공사, 석유회사, 전력회사, 철강, 가스, 상수도, 항만, 도로 등 거의 모든 부분의 공공서비스가 민간, 특히 외국자본으로 넘어갔다. 결과는 참혹했다. 

  전기세를 비롯한 대부분의 공공요금이 살인적으로 뛰어올랐다. 수도요금만 해도 1년 새 인상폭이 70~80%를 넘어설 정도였다. 2002년 초 아르헨티나 정부가 모든 공공요금의 동결을 선언하고 나설 때까지 아르헨티나는 전화요금, 전기요금 등의 대부분의 공공요금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로 기록됐다. 

  공기업 민영화 이후 공공요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근거로 가장 빈번하게 거론되고 있는 해외사례들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은 1990년대 몰아친 민영화 바람 이후 급격한 공공요금 인상으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섣부른 공기업의 민영화가 얼마나 큰 폐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정호성 삼성경제연구원은 "현재 거론되고 이 같은 사례들은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잘라 말한다. 이들 대부분이 안정적인 경제기반을 미처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민영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개발도상국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낙후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사업성을 제고해야 하는 상황에서 초기 시설투자비용이 과하게 투입됐고 그 점이 결국은 요금 인상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OECD에 가입한 선진국으로 이들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경제규모를 갖추고 있는데다 수도보급률이 90%에 달하는 등 기간망이 튼튼하게 마련돼 있다"며 "수도요금이 한번에 30배가 뛰어오른다던가, 전기세가 10배 정도 오르는 등의 급격한 공공요금 인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5~10% 정도 인상이 적당

  그러나 현재로서 분명한 것은 인터넷에 떠도는 괴소문처럼 급격한 공공요금 폭등으로 인한 혼란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뿐이다. 공기업의 민영화 이후 공공요금이 실제로 어떻게 변화할지는 그 누구도 쉽게 짐작할 수 없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공기업이 민영화된 후 공공요금이 인상될지 아니면 인하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드물지만 공공서비스가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하면서 가격경쟁으로 인해 요금이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하는 목소리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공공요금이 정부의 통제권 밖에 놓이게 되면 어느 정도의 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데 동의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정 연구원은 "각각의 공기업마다 초기투자시설비용이나 경영상태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세금으로 충당하던 운영자금에 대한 보전액 등을 감안하면 대부분 5~10% 정도 인상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공기업이 민영화되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공공요금 인상을 통해 지금까지의 손실을 충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연구원은 또 "문제는 요금을 인상한다는 자체가 아니다"라며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요금 인상을 얼마나 단계적으로 이루어내느냐에 민영화 성공여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5~10% 정도 소폭의 공공요금 인상은 간접적인 세금으로 지출하던 명목을 직접적인 수도요금으로 지출하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 당장은 손해를 본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민영화의 정착으로 인한 공공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 연구원은 "공공서비스를 민간에 포괄적으로 양도하는 방안 등으로 성공적인 민영화를 이끌어 낸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만 하다"며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민영화 실패사례만큼이나 영국이나 일본 등 민영화 성공사례도 많다"고 소개했다.

  이어 "실패사례를 철저히 연구한 뒤 보다 신중하게 민영화를 추진해 나가야 할 필요성은 절실하지만 지금과 같은 무조건 적인 반감이나 공포심은 오히려 소비자 입장에서 더 큰 피해를 부르는 행동일 수 있다"며 "당장 얼마의 요금이 인상되고 얼마가 내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느냐를 따져보는 자세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공공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이정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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