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곳곳서 5주기 추모…경제 위기·인터넷 보급 속 변화 기로
쿠바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1926∼2016)가 세상을 떠난 지 25일(현지시간)로 꼭 5년이 됐다.
쿠바 곳곳에서는 전날 밤부터 카스트로를 추모하고 혁명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가 마련됐다.
이날 수도 아바나에선 카스트로의 저술을 보관하는 '피델 카스트로 루스 센터'가 문을 열었다고 관영매체 그란마가 보도했다.
카스트로의 이름을 딴 최초이자 유일한 건물이다.
그가 숨진 후 쿠바는 고인의 유지에 따라 도로나 공원, 광장 등에 카스트로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나 동상 등을 세우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다.
다만 연구 목적이나 카스트로 저술 전파 등을 위해선 예외를 허용하기로 해 이번 센터가 들어선 것이다.
비록 동상이나 기념물은 없지만 쿠바 거리 곳곳엔 카스트로 벽화나 플래카드가 내걸려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1959년 공산혁명을 이끌고 이후 반세기 동안 쿠바를 지휘했던 피델 카스트로가 떠나고 후계자인 동생 라울 카스트로도 국가평의회 의장과 당 총서기 자리에서 차례로 내려오면서 쿠바는 올해 완연한 '포스트 카스트로' 시대로 접어들었다.
미겔 디아스카넬이 대통령 겸 공산당 총서기를 맡아 새 시대의 쿠바를 이끌고 있다.
카스트로의 이름이 점점 사라져간 지난 5년간의 '피델 없는 쿠바'는 순탄치 않았다.
카스트로 말년에 해빙 분위기가 조성됐던 미국과의 관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과 함께 다시 급격히 냉각됐고, 미국의 제재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우방 베네수엘라의 경제난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등까지 겹치며 쿠바의 경제 사정은 1990년대 소비에트연방 붕괴 이후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변화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터넷 보급과 맞물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반체제 목소리가 결집하기 시작했고, 이는 7월 11일 '자유'와 '독재 타도'를 외친 이례적인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다.
정부의 강경 진압 속에 11월 15일 또 한 차례 예고됐던 시위는 성사되지 못했으나, 반체제 여론까지 잠재우진 못했다.
'혁명의 손자 세대'로 불리는 젊은층은 과거 혁명의 성공에 얽매이기보다 서구사회와 같은 민주주의나 경제적 기회, 더 많은 자유와 권리 등을 원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35세의 사진작가 라울 프라도는 AFP에 "우리 세대는 역사를 이해할 만큼은 할아버지 세대와 가깝지만, 동시에 역사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생각할 정도로 윗세대와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쿠바 당국도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올해 이중 통화제도를 폐지하고 민간의 경제활동 참여를 더욱 확대하는 등 오래 미뤄둔 경제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그 속도도 변화를 원하는 젊은 세대를 만족시킬 정도는 아니어서 미래를 찾아 쿠바를 등지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프라도는 "우리나라에서 정치적 공간을 찾지 못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 세대는 곧 이민 세대가 될 것"이라고 AFP에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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