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의원들, '도덕적 무능' 이유로 카스티요 대통령 탄핵 시도
5년 사이 대통령이 5번이나 바뀐 페루가 다시 한번 탄핵 소용돌이에 휘말릴 위기에 놓였다.
페루 야당 국회의원 28명은 25일(현지시간)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고 페루 언론들이 보도했다.
탄핵 사유는 대통령과 측근들의 불법적인 영향력 행사 의혹 등에 따른 '도덕적 무능'이다.
의혹의 중심인물은 브루노 파체코 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장성 인사 등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검찰이 최근 대통령궁 화장실에서 2만 달러(약 2천400만원)의 현금을 발견한 후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났으나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관련 수사가 진행되자 야당 의원 1명이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지난 6월 대선에서 카스티요에 패한 게이코 후지모리가 이끄는 야당 민중권력당이 동참하기로 하면서 정식 발의에 필요한 26개 이상의 서명을 확보했다.
탄핵 절차가 개시되려면 국회의원 130명의 40%인 52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며, 최종적으로 3분의 2인 87명 이상이 동의해야 탄핵안이 가결된다.
현재로서는 가결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이지만, 페루에선 파편화된 국회가 사회적 합의 없이도 비교적 손쉽게 대통령을 축출하는 일이 잇따랐기 때문에 임기 초기 카스티요 정권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페루는 최근 몇 년 새 연이은 대통령 중도 낙마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2016년 취임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은 2018년 탄핵당했고,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승계한 마르틴 비스카라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탄핵됐다. 모두 부패 의혹에 따른 '도덕적 무능'이 이유였다.
국회의 무리한 탄핵에 대한 거센 반발 시위 속에 마누엘 메리노 전 임시 대통령이 닷새 만에 물러나고 프란시스코 사가스티 전 임시 대통령이 지난 7월까지 잔여 임기를 채웠다.
시골 초등교사 출신의 좌파 정당 후보였던 카스티요 대통령은 극심한 정치 혼란 속에 치러진 올해 대선에서 후지모리는 접전 끝에 꺾고 7월 취임했으나 이후 내각 인선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순탄치 않은 4개월을 보냈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전날 탄핵안이 발의된 뒤 지방 방문 연설에서 "정치적 잡음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는다. 마피아나 부패 세력이 아닌 국민이 나를 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날 저녁 수도 리마에선 카스티요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시도에 반발하며 국회 밖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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