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온두라스 대선투표 개시…12년 만에 좌파 정권 들어설까
카스트로 vs 아스푸라 2파전…대만 단교 가능성에 미·중도 주시
중미 온두라스가 28일(현지시간) 전국 6천여 개 투표소에서 대통령 선거 투표를 개시했다.
4년 임기의 새 대통령을 뽑는 이번 선거는 영부인 출신의 좌파 후보 시오마라 카스트로(62)와 수도 테구시갈파 시장인 우파 여당 국민당 후보 나스리 아스푸라(63)의 2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스트로는 2006∼2009년 집권한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의 부인이다.
중도우파 후보로 당선됐던 셀라야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왼쪽으로 선회했고, 2009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됐다.
이후 쿠데타 저항 운동을 이끌기도 했던 카스트로는 2013년과 2017년 대선엔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로 나서 2위로 낙선했다.
카스트로는 지난 12년간 국민당 정권에서 정권의 부패와 마약 범죄, 빈곤이 계속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낙태와 동성결혼 등에서도 전향적인 입장을 보인다.
카스트로가 당선되면 온두라스 첫 여성 대통령이 되는 동시에 2009년 군부 쿠데타 이후 12년 만에 국민당 독주를 끝내고 처음 좌파 정권교체를 이루게 된다.
이에 맞서는 아스푸라는 2014년부터 수도 테구시갈파의 시장을 맡아오고 있다.
기업인 출신으로, 일자리 창출과 인프라 개발 등을 약속했다.
마약 범죄 연루 의혹 속에 지지율이 바닥인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대통령과는 거리를 두려고 하고 있지만, 아스푸라 역시 부패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이 부담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카스트로가 다소 앞선 것으로 나왔지만, 여론조사의 신뢰성이 높지 않아 결과를 예측하긴 힘들다.
아스푸라가 앞서거나 접전이 펼쳐지면 지난 2017년 대선 이후처럼 거센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당시 에르난데스 대통령의 석연찮은 재선 성공 이후 반발 시위가 이어져 30명 넘는 사망자도 나왔다.
이날 선거를 앞두고도 일부 상점은 유리 외벽에 금속이나 나무판을 덧대는 등 폭력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이번 선거는 미국과 중국, 대만도 주시하고 있다.
온두라스는 15개밖에 남지 않은 대만 수교국 중 하나인데 카스트로는 당선시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만은 물론 중국의 중남미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미국도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 관계자가 온두라스를 찾아 두 선두 후보들에게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유지하길 원한다는 뜻을 직접적으로 전달했고, 이후 카스트로 측도 아직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수위를 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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