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잔류' 정책 복원에 인권단체 등도 반발
이민 희망자들을 멕시코에서 대기하도록 하는 미국의 이민정책이 재개되자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발이 묶인 이민자들이 절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멕시코 북부 국경의 난민촌에서 5개월간 머물고 있는 온두라스인 후안 알베르토 마드리드는 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난 멕시코에 머물려고 온 게 아니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이 두 번째 미국행 시도라는 그는 첫 번째 여정 중 멕시코에서 세 차례나 강도를 당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온두라스인 호세 페르난도 말도나도는 이젠 차라리 본국으로 추방됐으면 좋겠다고 AP에 전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전날 미·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 입국을 희망하는 중미 등 출신의 이민자들이 멕시코에서 머무르며 망명 심사 등 절차를 기다리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멕시코 잔류'(Remain in Mexico)로 불리는 이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가 2019년 1월 도입했다가 바이든 정부가 취임 직후 폐기를 결정한 것이었다. 이민자들이 치안이 불안한 멕시코 국경에서 기약 없이 머물면서 범죄에 노출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그러나 텍사스주 등이 제기한 소송에서 미 대법원은 이 정책을 유지하라고 판결했고, 멕시코 정부도 다시 이민자들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결국 '멕시코 잔류'가 부활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6일부터 미국 내에서 망명 허가 등을 기다리던 이민자들이 멕시코로 돌려보내지게 된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바이든 정부의 보다 유연한 이민정책을 기대했던 이민자들은 물론 인권단체 등도 실망감을 표시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은 "트럼프 시절 '멕시코 잔류' 정책 부활은 불법적이고 가혹하다"며 "인도주의적 재앙"이라고 비판했고, 미국이민위원회(AIC)도 "오늘은 미국과 법치주의에 있어 암울한 날"이라고 표현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퍼스트는 지금까지 이 정책으로 멕시코로 돌려보내진 이들 중 1천500명 이상이 납치와 성폭행 등을 당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정부의 또 다른 강경 이민정책인 이른바 '42호'(Title 42)도 바이든 정권에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보건법 조항을 근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불법 입국자들을 즉시 추방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이민자 권익보호 단체의 린다 리바스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멕시코 잔류와 42호) 두 정책은 더 이상 트럼프 정책이 아니라 바이든 정책"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42호를 끝낼 능력이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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