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vs 과이도, 영란은행에 보관된 금 31t 권한 놓고 다툼
대법원 "영국 정부, 분명하게 과이도를 임시대통령으로 인정"
영란은행에 보관 중인 금 31t의 관리 권한을 놓고 베네수엘라 '두 대통령'이 벌이는 법정 다툼에서 영국 대법원이 일단 '임시 대통령' 후안 과이도의 손을 들어줬다.
영국 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분명하고 명백하게'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판결했다고 로이터·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아닌 과이도가 베네수엘라의 수반이고, 따라서 과이도가 임명한 중앙은행 이사회에 금의 관리 권한이 있다고 본 셈이다.
대법원은 다만 과이도의 대통령 지위가 위헌이라고 본 베네수엘라 대법원의 입장을 판결에 고려해야 할지를 하급법원이 추가로 검토하도록 지시해, 최종 결정은 좀 더 미뤄지게 됐다.
10억 달러(약 1조1천925억원)가 넘는 금을 둘러싼 분쟁은 2018년 베네수엘라 대선으로까지 올라간다.
마두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후 야권은 부정 선거라고 거세게 반발했고 미국, 영국 등 서구 국가들도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영국 외교장관이던 보리스 존슨 총리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적 고삐를 조여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재 위기감을 느낀 마두로 정권은 영란은행에 보관 중인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소유 금의 인출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2018년 말 런던까지 날아간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총재에게 영란은행은 '권한 문제'가 있어 인출을 허가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듬해 1월 과이도 당시 국회의장이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서자 영국은 미국 등과 더불어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수반으로 인정했다. 과이도는 내각은 물론 중앙은행 이사회도 자체적으로 구성했다.
공식적으로 영국 정부가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정상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영란은행 역시 마두로 정권하에 있는 중앙은행의 금 인출 요구에 더욱 응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마두로 대통령은 금 인출이 거부되자 지난해 영국에서 소송에 나섰다. 베네수엘라를 실제로 통치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금을 찾겠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영국 1심 법원은 "영국 정부는 과이도를 헌법상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마두로는 금을 인출할 수 없다고 판결했으나 항소법원은 영국 정부의 과이도 인정 여부가 '모호'하다며 엇갈린 결정을 했다.
이날 대법원이 항소법원의 결정을 뒤집자 과이도는 판결을 환영하는 성명을 내고 "베네수엘라 국민의 금은 계속 영란은행에서 보호받게 됐다. (마두로) 독재정권은 전에 하던 것처럼 공공 자산을 약탈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122.40.8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