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언론인 살해사건에 분노…"2000년 이후 148명 목숨 잃어"
잇단 언론인 살해사건에 분노한 멕시코 기자들이 거리로 나왔다.
25일(현지시간) 오후 수도 멕시코시티와 북부 티후아나를 비롯한 멕시코 전역 40여 곳에서는 언론인과 시민운동가들이 올해 들어 벌써 세 건이나 발생한 언론인 살해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꽃과 촛불로 숨진 동료들을 추모하면서, "언론인 살해를 멈춰라" "언론인을 죽여도 진실을 죽일 수는 없다" "위험에 처한 저널리즘" 등의 문구를 적은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이번 시위를 촉발한 것은 지난 23일 티후아나에서 발생한 루르데스 말도나도 로페스 기자의 죽음이었다.
텔레비사 방송국 등에서 일했던 말도나도는 여당 소속 하이메 보니야 전 바하칼리포르니아 주지사가 사주로 있는 언론사와 오랜 법적 분쟁을 겪어왔다.
말도나도는 2019년 3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정례 기자회견에 참석해 보니야 전 주지사와의 분쟁을 언급하면서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고 도움을 호소한 바 있다.
말도나도가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되기 6일 전엔 같은 티후아나에서 사진기자 마르가리토 마르티네스가 살해됐고, 지난 10일 베라크루스주에서도 온라인 매체 편집장 호세 루이스 감보아가 살해당했다.
멕시코 인권단체 '아티클19'에 따르면 이들을 포함해 2000년 이후 살해된 멕시코 언론인은 148명에 달한다.
마약 카르텔 등의 범죄나 당국의 비리 등을 캐다가 숨진 경우가 많지만, 이러한 언론인 살해사건의 90∼95%는 미제로 남는다.
비극이 반복되자 멕시코 정부는 언론인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살해 협박을 받고 당국에 알려 보호를 받던 언론인이 결국 죽임을 당하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아티클19의 후안 발데스는 EFE통신에 "언론을 향한 폭력은 멕시코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이며 안타깝게도 더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의 조치는 충분치 않다"고 비판했다.
프리랜서 기자인 라파엘 플로레스는 AP통신에 "예전에 언론인은 자부심을 주는 직업이었으나 이젠 위험천만한 직업"이라며 "멕시코는 전 세계에서 언론 활동을 하기에 가장 위험한 나라"라고 한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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