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유산을 겪은 후 태아 살해 혐의로 30년 형을 선고받은 엘살바도르 여성이 10년 만에 석방됐다.
낙태 합법화 운동을 벌이는 엘살바도르 시민단체 'ACDATEE'는 엘시라는 이름의 38세 여성이 2011년부터 10년 넘게 복역한 뒤 최근 석방됐다고 지난 9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체포 당시 28살의 싱글맘이자 임신부였던 엘시는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중 몸에 이상이 생겨 태아를 잃었다.
경찰은 그러나 엘시가 고의로 낙태한 것이라고 의심하며 체포했고, 법원은 살인 혐의로 30년 형을 선고했다.
중미 엘살바도르에선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이나 임신부의 목숨이 위험한 경우를 포함해 어떤 경우에도 낙태가 불법이다.
낙태 혐의 처벌은 최고 8년 형이지만, 엘시처럼 살인 혐의로 가중 처벌돼 30∼50년형까지 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엘시의 석방을 도운 시민단체는 재판과정에서 그가 변호사의 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무죄추정의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엘살바도르에선 지난 20년간 엘시처럼 임신 중 응급상황을 겪은 후 형사 처벌받은 여성이 181명에 달한다고 ACDATEE는 전했다.
지난해 12월 배우 밀라 요보비치, 아메리카 페레라 등 유명 인사들이 유산 후 무고하게 수감된 엘살바도르 여성 17명을 석방하라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이후 엘시를 포함해 5명이 석방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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