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美의 인도 요청 후 에르난데스 체포영장 집행
지난달 임기를 마친 중미 온두라스의 전직 대통령이 미국의 요청에 따라 마약 밀매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온두라스 경찰은 15일(현지시간)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을 수도 테구시갈파의 자택에서 체포했다고 AP·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이날 손과 발이 결박된 채로 방탄조끼를 입고 경찰관에 둘러싸여 자택 밖으로 나온 뒤 경찰 차량을 타고 떠났다.
미국 정부가 온두라스에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체포와 인도를 요청한 지 하루 만이다.
2014년부터 두 차례의 임기를 채우고 지난달 27일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에게 자리를 넘겨준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이미 퇴임 전부터 미국 사법당국으로부터 마약 범죄 연루자라는 의혹을 받았다.
미국 검찰은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동생에 대한 마약 밀매 혐의 재판에서 에르난데스를 '공모자'로 지목했으며, 재판 과정에서 그가 마약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동생 토니 에르난데스는 이미 지난해 미국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는데 당시 미 검찰은 "국가 차원에서 후원한 마약 밀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이 같은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으며, 미국 정부도 에르난데스 임기 중엔 동맹국의 현직 정상을 섣불리 체포하려 들지 않았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온두라스 주재 미국 대사관의 문서를 인용해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2004∼2022년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등에서 코카인을 들여와 이를 미국으로 보내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대사관은 또 에르난데스가 마약 밀매업자들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뇌물을 받고 수사와 처벌로부터 범죄자들을 비호해줬다고 말했다.
미 정부의 체포 요청 직후 온두라스 경찰은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자택을 포위한 채 체포를 준비했고, 온두라스 법원이 이날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곧바로 집행했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이날 체포 전 트위터에 올린 음성 메시지를 통해 영장이 발부될 경우 '이 상황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체포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온두라스 법원은 앞으로 3개월 이내에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미국 인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AP통신이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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