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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는길 열어달라"…멕시코서 입술 꿰매며 시위한 이민자들
Admin | 2022-02-18 |    조회수 : 1147
멕시코 남부에 발이 묶인 중남미 출신 미국행 이민자들이 멕시코 이민당국의 더딘 행정절차에 항의하며 입술을 꿰매는 시위를 벌였다.

16일(현지시간) 라호르나다 등 멕시코 언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남부 치아파스주 타파출라의 이민청 앞에서 이민자들이 미국 국경까지 가기 위한 비자 발급을 요구하며 시위했다.

시위대 중 10여 명은 자신들의 뜻을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 바늘과 실로 서로의 입술을 꿰매고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알코올로 흐르는 피를 닦아가면서, 물을 마실 수 있는 공간만 남겨둔 채 위아래 입술을 봉합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시위에 참여한 활동가 이리네오 무히카는 "이민자들은 항의의 의미로 입술을 꿰맸다"며 "이들도 피 흘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민당국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이티 출신의 한 이민자는 "(기다림에) 지쳤다. 더는 못하겠다. 그래서 입술을 닫기로 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과테말라와 국경을 접한 멕시코 타파출라엔 미국으로 가려는 아이티와 베네수엘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중남미 각국 이민자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

이들이 멕시코를 통과해 미국 남부 국경까지 가려면 멕시코 당국이 발급한 인도주의 비자 등이 필요한데, 하루에도 수백 명의 신청자가 몰리다보니 발급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비자 없이는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민자들은 수중에 돈이 없는 상태에서 기약 없이 노숙에 가까운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라파엘 에르난데스는 일간 라호르나다에 "이민청 면접이 3∼4개월 후로 잡혔다. 그때까지 기다릴 만한 돈이 없다"며 "제발 당국이 우리를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타파출라에선 작년부터 미국 가는 길을 열어달라는 이민자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다림에 지친 이민자들이 다 함께 모여 무작정 북상을 강행하기도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군경에 막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멕시코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이민당국을 향해 비자 발급 가속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고, 유엔난민기구도 멕시코가 몰려오는 미국행 이민자들을 위한 새 지원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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