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층 부패' 수사하다가 위협받아…'법치주의 약화' 우려
중미 과테말라에서 부패에 맞서 싸우는 법조인들이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20일(현지시간) 과테말라 언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과테말라에선 이달 들어 부패 관련 수사를 하던 검사 등이 줄줄이 체포됐다.
검찰은 지난 16일 정치인과 기업인, 변호사들이 연루된 판사 선출 비리를 수사 중이던 반(反)불처벌 특별검사실(FECI)의 보조 검사 2명을 체포했다. 권한을 남용해 증언을 종용했다는 이유였다.
앞서 15일엔 FECI 소속이었던 에바 소사 검사가, 10일엔 옛 유엔 산하 과테말라 반불처벌 국제위원회(CICIG)에서 일했던 레일리 산티소 변호사가 체포됐다.
CICIG는 지난 2007년부터 과테말라에서 굵직굵직한 부패 수사를 담당했던 기구로, 지미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부패 의혹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지난 2019년 사실상 축출됐다.
지난 9일엔 역시 부패와 싸워온 판사 1명의 면책특권이 박탈되는 등 반부패 법조인들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정권의 탄압을 받은 대표적인 '반부패 전사'는 FECI를 이끌던 후안 프란시스코 산도발 검사다.
과테말라 검찰은 지난해 7월 권한 남용과 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그를 해임했고, 산도발 검사는 이후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의 해임은 과테말라 내부의 반정부 시위와 미국 등의 비판으로도 이어졌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최근 잇단 법조인 체포 이후에도 성명 등을 통해 과테말라의 '법치주의 약화'에 우려를 표시했다.
당국에 체포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속에 산도발처럼 고국을 등지는 이들도 늘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으로 망명한 최소 10명의 과테말라 전 판사와 특별검사들이 워싱턴에서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고 19일 전했다. 과테말라에 남은 일부 판사들은 최근 미국과 유엔 관계자들과 만나 망명 가능성에 대비한 도움을 요청했다고 WP는 전했다.
그 중 한 명인 에리카 아이판 판사는 최근 집무실 안팎에서 도청 장치와 드론을 발견한 적이 있다.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 정부가 심어둔 것이라고 아이판 판사는 추정한다.
대규모 부패 사건을 주로 담당해온 아이판 판사는 현재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건설사로부터 260만달러(약 31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한 증언을 수집하는 중이다.
산도발 검사는 WP에 "아이판은 권력자들에게 있어 마지막 장애물"이라며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그를 없애려 한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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