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부패 노력 과테말라 법조인들, 정부 압박 속 체포·망명 잇따라
과테말라에서 부패 척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판사가 위협에 시달리다 결국 망명을 택했다.
에리카 아이판 판사는 2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을 통해 "의혹 제기와 협박, 압력에 시달렸다"며 "내 목숨과 진실성을 지킬 수 있다는 충분한 확신이 없어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엘살바도르 매체 엘파로는 아이판 판사가 최근 육로 국경을 통해 엘살바도르로 건너간 후 코스타리카를 거쳐 미국으로 갔다고 보도했다.
최근 중미 과테말라에서는 부패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법조인들이 당국에 체포되거나 체포를 피해 외국으로 망명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굵직굵직한 부패 사건을 담당해온 반(反)불처벌 특별검사실(FECI)의 후안 프란시스코 산도발 검사가 지난해 7월 돌연 해임된 뒤 목숨의 위협을 느껴 미국으로 망명했다.
지난달에도 FECI 소속 검사들, 그리고 과거 유엔 산하 과테말라 반불처벌 국제위원회(CICIG)에서 활동했던 변호사 등이 줄줄이 체포됐다.
정부 고위층 등을 겨냥한 부패 수사도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해 미 국무부로부터 용감한 여성상을 수상하기도 한 아이판 검사는 당국의 다음 타깃으로 꼽혀온 인물이었다.
아이판 검사는 최근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대통령의 불법 선거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증언을 수집하고 있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기사에서 아이판 판사가 집무실 안팎에서 도청 장치와 드론을 발견한 적 있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아이판 판사의 비위를 찾아내기 위해 벌인 일로 추정됐다.
현재 미국에 있는 산도발 전 검사는 당시 WP에 "아이판은 권력자들에게 있어 마지막 장애물"이라며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그를 없애려 한다"고 말했다.
WP는 이날 아이판의 망명을 보도하면서 "과테말라 사법체계 퇴보를 보여주는 가장 우려스러운 신호"일 수 있다고 표현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후안 파피에르는 트위터에 "아이판은 과테말라에 몇 안 남은 독립적인 법관 중 하나였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아이판의 독립성의 공격한 이들을 제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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